▲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기사 직접 인용 - 경영(제)계 목소리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부산 지역언론의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27건의 기사에서 직접 인용으로 전달한 목소리는 52개였다. 이를 경영(제)계(23개), 노동계(8개), 전문가(5개), 정치권(3개), 행정부(7개), 공공기관(4개), 기타(2개)로 분류해 살펴봤다. 직접 인용 52개 중 23개를 차지해, 기업의 목소리가 가장 많이 전달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은 주요 업종과 협회(단체)로 분류했다. 23개 중 14개가 업종(건설업·철강업·조선업 등)의 몫이었고 9개가 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목소리였다. 14개의 업종 목소리 중 6개가 산업재해 발생률이 높은 건설업계 목소리였다. 건설업 외 업종은 항만업, 철강업, 조선업, 제조업 등이 있었다.
'긴장', '우려', '막막', '발 동동'
기업 상황 전달에 치중한 중대재해처벌법 보도
기업의 목소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우려와 불만 토로, 대응에 초점 맞춰졌다. 우려와 불만은 중소기업의 상대적 열악함, 규정의 모호함으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산업안전법을 통해 안전사고에 대한 감독을 받고 있는데 중대재해법까지 시행돼 과도하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최대한 현장에서 조심하도록 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응 방법이 없다"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 한종석 사무처장/ 국제신문(1/18)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당시부터 모호한 법률 규정과 과도한 처벌 수준으로 논란이 됐다"
전국경제인연합/ 부산일보(1/18)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전문경영인을 따로 두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의 대표가 영업, 생산, 총무 등 1인 4역 이상을 맡는다. 만약 사업장에서 사고가 나서 대표가 구속되면 회사를 경영할 사람이 사라지는 셈이라서, 법 자체가 공포로 다가온다."
부산울산중소기업중앙회 허현도 회장/ 부산일보(1/26)
"시행령이 규정하고 있는 9가지 의무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대응이 어렵다."
부산 철강업체 A사/ 부산일보(1/26)
중대재해처벌법 보도와 관련해 부산일보가 가장 눈에 띄었다. 1월 한 달간 관련 기사 11건, 사설 1건, 기고 1건으로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이중 4건에서 기업의 '혼란'만을 부각했기 때문이다. 기업의 혼란을 부각한 기사 외에도 <"새 정부 1순위 노동 과제는 '재해처벌법'">(1/18)과 같이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낸 설문조사 결과만을 기사화 한 경우도 있었다.
<중대재해법 시행 '코앞'…정확한 지침 없어 현장 대혼란>(1/17)
<시장·구청장도 '중대재해법' 대상…지자체, 대응책 마련 분주>(1/19)
<'중대재해처벌법' D-2…비상 걸린 산업계 '발 동동'>(1/25)
<대응책 막막한 산업계 "모호한 규정에 일단 하던 대로 할 수밖에">(1/26)
반면, 부산일보의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기사에서 노동계가 취재원으로 등장한 경우는 2건에 그쳤다. 이마저도 노동자의 입장에만 주목한 기사라기보다는 '희비'라는 이분법적 구도로 보도하거나, 한 지면에 노동계 입장 1건, 경영(제)계 입장 1건을 배치해 사안의 갈등성을 부각하는 지면 편집을 보였다.
<급물살 탄 건설안전법, 노동계-건설업계 '희비'>(1/24)
<성에 안 차는 노동계 "안전 사각지대 없애고 조사 더 투명하게">(1/26)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경영(제)계도 노동계도 시민사회도 개정을 요구하고 있기에 이를 각각의 입장에서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은 건강한 공론장 형성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언론은 최소한의 객관과 공정을 지켜야 했음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기업의 우려와 불만을 더욱 비중 있게 전달했다. 기사에서 직접 인용한 목소리만 봐도 기업의 목소리가 44%로 과대 대표 됐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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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마저 기업 홍보 수단으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보도에서 법 시행에 따른 기업의 대응을 전하는 보도는 크게 두 갈래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는 기업의 안전 강화 방안이었고 다른 하나는 1호 처벌을 피하기 위해 휴무를 결정했다는 것이었다.
지역언론은 부산상공회의소의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지역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선제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선제적 노력의 구체적 사례로 안전 경영 선포식, 안전교육 강화, 책자 배포, 현장점검 확대, 노무사와 컨설팅 등을 나열했다. 모두 기업의 발표를 지면으로 옮기는 데 그쳤다.
"안전보건조직을 이번에 확대 개편했고요. 앞으로 예산과 인력을 점진적으로 늘려 전사 차원에서 안전 관리 강화에 힘쓸 예정입니다."
롯데건설 홍보팀/ KNN(1/18)
"안전 TF팀을 구성해 사업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안전보건경영시스템 ISO45001 인증을 취득했다"
조선 기자재 업체 C사/ 부산일보(1/26)
하지만 대표적인 산재 현장의 준비 상황은 취재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부산에서는 3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신항 물류센터, 기장 음식물 쓰레기 업체, 동구 보건소의 노동자였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이들 노동자의 삶의 터전에 변화가 있었을까. 지역언론은 노동 현장을 직접 방문해 취재하기보다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맞춰 배포한 기업의 보도자료를 지면에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