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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트리·인사이트가 'BJ 잼미'에 저지른 악행

오직 클릭수를 위해... 수백만 팔로워 배경으로 마녀사냥 성격 활동 조장... 사망 이후에도 여전

등록 2022.02.08 05:57수정 2022.02.0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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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트리의 2019년 7월 10일 기사. 이는 BJ잼미의 '남성 비하' 의혹에 대해 최초로 기사화한 것이다.
위키트리의 2019년 7월 10일 기사. 이는 BJ잼미의 '남성 비하' 의혹에 대해 최초로 기사화한 것이다.위키트리
 
최근 인터넷방송 스트리머 BJ 잼미(본명 조장미·27)가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악플(악성 댓글)과 사이버불링(온라인 괴롭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근거 없는 루머와 비난 여론을 생산하는 유튜브 사이버렉카(자극적인 이슈를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이목을 끄는 자)와 더불어, 온라인 상의 이슈를 무분별하게 기사화한 언론들에 대한 책임론도 등장했다.

조씨의 사망은 그의 삼촌에 의해 알려졌다. 지난 5일, BJ잼미의 트위치 커뮤니티 '잼게더'에 조씨의 삼촌이 글을 올려 "장미는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그동안 수많은 악플들과 루머 때문에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었고 그것이 원인이 되었다"라며 "루머와 악플로 상처받던 아이를 더 이상 상처주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한 것이다.

조씨는 2019년 7월 '남성비하 제스처'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이후에 숱한 악플과 비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남성혐오자'라는 비난과 더불어 일베와 워마드 유저였다는 의혹, 그밖에 각종 루머 등에 고통을 겪어야 했다. 심지어 조씨의 어머니도 조씨를 향해 쏟아지는 악플에 따른 우울증으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팔로워 수백만 매체는 어떻게 마녀사냥에 올라탔나
 
 인사이트의 기사 <‘꼬카인’ 논란 이후에도 섹시 댄스로 매달 7천만원 넘게 벌고 있는 잼미>(2019.12.6)
인사이트의 기사 <‘꼬카인’ 논란 이후에도 섹시 댄스로 매달 7천만원 넘게 벌고 있는 잼미>(2019.12.6)인사이트
 
고 최진리, 고 구하라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언론은 조씨에 대한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으며 비난 여론을 강화했다. '남성비하 제스처' 논란 당시 네이버 검색 기준 150여 개의 기사가 쏟아졌는데, 이 중에는 <BJ 잼미가 워마드·일베 이용 의혹에 휩싸인 이유>(위키트리), <'워마드‧男비하 논란' 잼미가 해명영상 올린 후 네티즌이 찾아낸 것>(뷰어스)처럼 커뮤니티 유저의 일방적 주장을 실은 것도 있었다.

또한 조씨가 다른 BJ로부터 성희롱 피해를 당한 것을 언급하며, 그가 역으로 가해자가 된 것인양 <잼미, 성희롱 발언 피해자라더니…"남자분들 이거 왜 해요?" 남성 비하 논란>(한국경제), <성희롱 피해자→가해자로 처지 바뀐 BJ 잼미 "죄송하다. 성희롱으로 느낄지 몰랐다">(세계일보) 등과 같은 기사도 나왔다.

특히 위키트리와 인사이트의 경우에는 '남성비하 제스처' 논란 초기에 조씨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을 빠르게 확산시켰고, 이후에도 꾸준히 조씨에 대한 가십성 기사를 생산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위키트리와 인사이트는 커뮤니티 게시물을 무분별하게 기사화시키고, 왜곡된 정보를 유통시키는 '황색언론'으로 꾸준히 비판받아온 매체들이다. 페이스북 기준 현재 위키트리는 626만 명, 인사이트는 631만 명의 팔로워를 갖고 있을 정도로 SNS 상에서 영향력이 크다. 


조씨가 남성비하를 했다는 주장은 위키트리에 의해 최초로 기사화가 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사이트도 이를 다뤘다. 이때 조씨를 공격했던 '인방갤'(인터넷방송 갤러리)에선 "위키트리 페북에 댓글을 달자"라며 "위키트리 팔로워 540만(당시 기준)"이라며 그들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사화'가 조씨를 향한 사이버불링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위키트리와 인사이트는 조씨에 관한 기사를 페이스북에 홍보하면서 사실상 조씨에 대한 비난을 조장하기도 했다. 위키트리는 "내로남불 오지네 남성 상대로 성희롱 발언하고 멀리 안가네"라는 누리꾼의 비난을 썸네일에 실었고, 인사이트는 "현재 '실망이다', '거른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라는 설명글을 달았다.


이후에도 위키트리는 <BJ 잼미, 남성 비하 논란에 중단했던 '이것' 결국 다시 했다>(2019.12.8), <"손가락 욕설까지..." 잼미, 크리스마스 방송 중 속옷 노출 논란>(201.12.30), <"워마드 의혹.." 남자 성희롱 했다가 비난 폭격 맞은 잼미가 복귀했다>(2020.2.23) 등 조씨에 대한 공격을 부추기는 듯한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게 누구..." 방송 복귀한 잼미, 낯선 모습 포착됐다>(2020.9.3), <가족의 극단적 선택, 우울증... 눈물로 호소했던 BJ잼미, 결단내렸다>(2020.6.15), <"복귀 열흘 만에..." 잼미, 또다시 심각한 상황 전했다>(2021.6.29) 등 조씨의 방송 중단, 우울증, 어머니의 사망 등에 대해 단신처럼 전달하기도 했다.

인사이트 역시 <'꼬카인' 논란 뒤 허리 드러난 '가슴골' 패션으로 맥심 8월호 표지 장식한 잼미(2019.7.23)(삭제), <'꼬카인' 논란 이후에도 섹시 댄스로 매달 7천만원 넘게 벌고 있는 잼미>(2019.12.6)(삭제), <팬들이 인형 잔뜩 보내주자 '몰카' 걱정돼 일일이 다 뱃속까지 만져본 잼미>(2020.1.5), <'남혐 논란+대구 코로나 비하'에도 여전히 남자들에게 인기 폭발중인 스트리머 잼미>(2020.4.13) 등 기사를 쏟아내 조씨에 대한 여론 악화에 일조했다.  
 
 위키트리 기사 < BJ 잼미, 남성 비하 논란에 중단했던 ‘이것’ 결국 다시 했다 > (2019.12.8)
위키트리 기사 < BJ 잼미, 남성 비하 논란에 중단했던 ‘이것’ 결국 다시 했다 > (2019.12.8)위키트리

비극적 사건 후에도 아무렇지 않게 또

위키트리와 인사이트는 조씨의 사망과 이후 반응에 대해서도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틀 사이 위키트리는 10개, 인사이트는 5개의 기사를 썼는데, 이에 대해 일부 누리꾼들은 "양심이 없다" "너네가 죽였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2018년 12월 <미디어오늘>이 에브리타임과 함께 대학생들 대상으로 '미디어 이용 조사'를 한 것에 따르면,  불신하는 매체 1위는 인사이트, 2위는 위키트리로 조사됐다. 다른 언론사의 기사나 커뮤니티 글을 짜깁기하거나, 선정적인 주장을 확대·재생산하는 행태가 이러한 불신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 두 매체에 대해 2019년 9월 KBS2 TV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기생언론', '유사언론'이라고 이름붙이기도 했다. (관련 기사: 10대들이 하루 2번 이상 본다는 기사... 그 충격 실체http://omn.kr/1kwyj

당시 이 프로그램에서 위키트리와 인사이트 전직 기자를 인터뷰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들 매체의 소속 기자들은 '취재를 하지 않고 커뮤니티나 인터넷 뉴스를 베껴쓰고 있으며', '그럼에도 하루에 10개 이상 혹은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구조 속에서 기사를 쓰고 있다'라고 증언했다. 심지어 전직 위키트리 기자는 "저는 그 회사 나오고 나서 언론사 경험하고 하다보니까 전혀 위키트리 기사를 보지 않는다. 왜냐면 수준이 낮다는 걸 알고 있고 이게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썼는지를 모른다"고 밝히기도 했다.

광고 수익과 연결되는 조회수를 위해 사실 검증이나 취재 없이 자극적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구조지만, 연성화되고 짧은 이들의 기사는 보통 일간지 기사보다도 더 광범위하게 유통된다. 결국 조씨의 사례처럼 특정인에 대한 마녀사냥을 부추기는 폐해를 피하기 어려워진다.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 소장은 "기사에 대해선 당사자가 고소하는 것 이외에는 법적인 제재가 없지 않나"라며 "외면받고 비판받아야 하는 기사들이, 오히려 더 많이 소비되는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사이버렉카를 유튜브에서 규제해야 하는 것처럼, 인사이트나 위키트리 기사의 상당 부분은 포털을 통해 소비가 되는 것일텐데, 이러한 유사언론이 개인을 명예훼손하면서 돈을 버는 것을 차단하려면 포털이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되는 내용을 유사언론은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시킨다"라며 "(커뮤니티 유저의) 악성댓글, 사이버렉카 유튜버, 그리고 그들의 주장을 일반인들에게 전달하는 언론은 모두 가해의 공동정범"이라고 지적했다. 윤 이사는 "커뮤니티에 있는 내용을 받아쓰는 것 정도로 생각할 뿐, 이에 따른 개인의 고통이 얼마나 큰 지 모르고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라며 "방통위의 제재, 개인의 명예훼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적용 등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위키트리 #인사이트 #BJ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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