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중앙대 김누리 교수
이희훈
- 한국사회는 좋은 점도 있는데, 왜 그렇게 독하게 '사회적 지옥'이라고 비판하나요?
"저는 테오도르 아도르노를 많이 인용하는데요. 아도르노의 말 중에 이런 게 있어요. '학자의 기본자세는 Radical Denken(Thinking), Radical Criticism. (급진적으로 사유하고 급진적으로 비판해라) 그렇지 않으면 타협하는 것이다. 그때부터는 학자가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저는 학자가 정치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봐요. 학자는 급진적으로 사유하고 그것을 급진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것. 그게 학자가 사회에 기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독일에서 8년간 살면서 배운 가장 큰 것은 독일 지식인들이 굉장히 사납다는 거예요. 독일 지식인들이 2시간만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면 독일이라는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나라예요. 정말 살벌하게 자기비판합니다. 독일을 오늘날 그나마 이 정도로 건강한 나라, 건강한 사회로 만든 것은 지식인들이 가지고 있는 처절한 비판 의식이에요. 우리도 그런 지식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강연을 많이 하시는데요, 어떤 키워드로 '사회적 지옥'을 말하십니까?
"지금 한국 사회는 총체적으로 병이 들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 중에서 이런 모든 병의 근원, 그것은 분단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이룬 게 많잖아요. 아주 경이로운 경제성장을 했고 놀라운 민주화를 이루었지요. 이건 사실이고 자랑스러운 일이죠. 그런데 동시에 자살률이 너무 높고, 출산율을 너무 낮고, 또 많은 노동자들이 여전히 죽어가고, 불평등이 너무 심하죠. 훌륭한 민주화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옥으로 가고 있는 이러한 불가사의한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것은 우리가 처해 있는, 전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특이한 상황, 분단과 냉전 체제가 여전히 유지된다는 거죠. 뿌리가 거기서부터 시작됐지요. 그리고 그 뿌리에서 나온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지요."
- 분단이 한국사회 문제들의 핵심적 뿌리라고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 인사들과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멸공' 퍼퍼먼스는 어떻게 보셨나요.
"부끄러운 거죠. 이렇게 시대착오적인 이야기를 하는 곳이 있을까. 우리는 지금 제 3세계 개발도상국이 아니잖아요?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갔다고 하는 나라에서 이렇게 시대착오적인 정치 이념을 가진 나라가 있을까. 비교적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죠. 부끄럽습니다."
- 어떤 분들은 대한민국 사회가 굉장히 다이내믹하다고 그래요. 전에 없었던 일들이 막 벌어지고 있는데, 행정부의 검찰총장을 하던 분이 몇 개월만에 제 1야당의 후보로 등장했어요. 이런 게 독일에서는 가능할까요.
"있을 수 없는 이야기죠. (독일에서는 이런 걸) 법으로 금하고 있는지는 제가 모르겠어요. 그러나 이건 최소한의 정치 도의적인 차원에서의 이야기죠. 검찰총장을 했던 자가 그 다음에 내가 대통령 후보에 나오겠다, 이것은 도저히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지요. 법조계에 있는 분들이 가장 시대에 뒤져 있고, 굉장히 전근대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놀랍습니다. 특히 판·검사 이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면 30~40년 전의 세계에서 그대로 살고 있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 놀랍습니다."
"한국사회 엘리트들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너무 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