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렉카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뻑가' 채널에 올라온 <옳은가?>라는 영상의 썸네일. 해당 영상에서 뻑가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과 변재원씨의 인터뷰를 조롱하고 비난했다.
유튜브 캡처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전 정책국장 변재원(28)씨는 지난해 12월 21일, 대학원 동료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뻑가'라는 유튜버가 만든 영상에 변씨가 등장하고, 심지어 썸네일에는 '장애인 단체 폭력시위'라는 글자 위에 변씨의 얼굴이 입혀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뻑가는 최근 세상을 떠난 'BJ잼미'를 지속적으로 영상을 통해 비난해오는 등 악명 높은 사이버렉카(Cyber Wrecker, 온라인 이슈를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이목을 끄는 유튜버)중 한 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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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씨는 그날 '뻑가' 유튜브 채널을 처음 알게 됐다. 확인 해보니 두 시간 전에 올라온 영상이었는데, 조회수가 무려 30만회가 넘었다. 5분이 조금 넘는 짧은 영상에는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비롯해 변씨의 과거 언론 인터뷰를 조롱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고, 댓글란에는 인신공격과 욕설로 가득했다. 그날 밤, 그는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시민단체 활동가까지 저격하는 사이버렉카
유튜버 '뻑가' 채널에 올라온 <옳은가>라는 제목의 영상은 지난해 12월 20일 전장연의 지하철 이동권 투쟁을 다루고 있다. 뻑가는 언론 기사를 짜깁기한 자료를 근거로 이동권 투쟁을 비난하면서, "(전장연이) 악의적으로 기물파손을 한 것이다"라고 주장하거나 "테러리스트 논리"라는 언급까지 했다.
또한 CBS의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 출연한 변씨의 인터뷰 내용을 읽어나가면서 하나하나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변씨의 실명과 얼굴이 40초 이상 영상에 등장했다.
이어 뻑가는 "장애인 단체를 그렇게 좋게 보지도 않는다"라면서 그 근거로 장애인단체가 여성단체와 같이 활동을 해왔다고 한 뒤, 전장연의 강령에 대해서도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꿈꾸겠죠"라며 조롱했다.
흔히 사이버렉카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 저격 영상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소수자 운동을 조롱하는 '혐오 장사'를 일삼으며 일반인들도 피해자가 되고 있다. 빽가 채널만 보더라도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 영상을 비롯해, "아프간 난민을 왜 수용하냐"는 난민혐오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댓글이 수천 개가 달렸어요. '빨갱이', '공산주의자' 등등도 있고, '죽어라' '쓸어버려라' 그 밖의 적나라한 액션을 묘사한 말들이 많았어요. 목적어는 불분명하지만 저를 향한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밖으로 나가도 모두 저를 비난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요. 길을 가다가 장애인 혐오하는 사람들이 저에게 달려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들었어요."
변씨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뻑가의 구독자는 120만 명이고, 변씨가 등장한 영상의 조회수는 2월 10일 기준 65만 회, 댓글은 5300여 개다. 또한 이렇듯 구독자가 많은 대형 사이버렉카 채널에서 다룬 소재의 경우, 다른 사이버렉카 채널들이 모방해서 동일 소재로 영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한 개인이 사이버렉카 영상을 통해 부당한 비난을 받을 경우, 그 피해가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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