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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120만 사이버렉카의 '저격'... 시민단체 활동가도 당했다

인권·여성운동도 조롱 대상... 삭제 어려워... 유튜브 강제할 법 제정 필요

등록 2022.02.11 06:17수정 2022.02.1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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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버렉카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뻑가' 채널에 올라온 <옳은가?>라는 영상의 썸네일. 해당 영상에서 뻑가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과 변재원씨의 인터뷰를 조롱하고 비난했다.
사이버렉카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뻑가' 채널에 올라온 <옳은가?>라는 영상의 썸네일. 해당 영상에서 뻑가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과 변재원씨의 인터뷰를 조롱하고 비난했다.유튜브 캡처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전 정책국장 변재원(28)씨는 지난해 12월 21일, 대학원 동료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뻑가'라는 유튜버가 만든 영상에 변씨가 등장하고, 심지어 썸네일에는 '장애인 단체 폭력시위'라는 글자 위에 변씨의 얼굴이 입혀져 있다는 내용이었다.

뻑가는 최근 세상을 떠난 'BJ잼미'를 지속적으로 영상을 통해 비난해오는 등 악명 높은 사이버렉카(Cyber Wrecker, 온라인 이슈를 짜깁기한 영상을 만들어 이목을 끄는 유튜버)중 한 명이다. (관련기사 : 위키트리·인사이트가 'BJ 잼미'에 저지른 악행 http://omn.kr/1x8wk) 

변씨는 그날 '뻑가' 유튜브 채널을 처음 알게 됐다. 확인 해보니 두 시간 전에 올라온 영상이었는데, 조회수가 무려 30만회가 넘었다. 5분이 조금 넘는 짧은 영상에는 전장연의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비롯해 변씨의 과거 언론 인터뷰를 조롱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고, 댓글란에는 인신공격과 욕설로 가득했다. 그날 밤, 그는 한 숨도 잘 수 없었다.

시민단체 활동가까지 저격하는 사이버렉카

유튜버 '뻑가' 채널에 올라온 <옳은가>라는 제목의 영상은 지난해 12월 20일 전장연의 지하철 이동권 투쟁을 다루고 있다. 뻑가는 언론 기사를 짜깁기한 자료를 근거로 이동권 투쟁을 비난하면서, "(전장연이) 악의적으로 기물파손을 한 것이다"라고 주장하거나 "테러리스트 논리"라는 언급까지 했다.

또한 CBS의 유튜브 채널 '씨리얼'에 출연한 변씨의 인터뷰 내용을 읽어나가면서 하나하나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변씨의 실명과 얼굴이 40초 이상 영상에 등장했다. 

이어 뻑가는 "장애인 단체를 그렇게 좋게 보지도 않는다"라면서 그 근거로 장애인단체가 여성단체와 같이 활동을 해왔다고 한 뒤, 전장연의 강령에 대해서도 "공산주의 유토피아를 꿈꾸겠죠"라며 조롱했다.


흔히 사이버렉카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 저격 영상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소수자 운동을 조롱하는 '혐오 장사'를 일삼으며 일반인들도 피해자가 되고 있다. 빽가 채널만 보더라도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 영상을 비롯해, "아프간 난민을 왜 수용하냐"는 난민혐오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댓글이 수천 개가 달렸어요. '빨갱이', '공산주의자' 등등도 있고, '죽어라' '쓸어버려라' 그 밖의 적나라한 액션을 묘사한 말들이 많았어요. 목적어는 불분명하지만 저를 향한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 밖으로 나가도 모두 저를 비난하는 듯한 느낌이 들고요. 길을 가다가 장애인 혐오하는 사람들이 저에게 달려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들었어요."


변씨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뻑가의 구독자는 120만 명이고, 변씨가 등장한 영상의 조회수는 2월 10일 기준 65만 회, 댓글은 5300여 개다. 또한 이렇듯 구독자가 많은 대형 사이버렉카 채널에서 다룬 소재의 경우, 다른 사이버렉카 채널들이 모방해서 동일 소재로 영상을 제작하기도 한다. 한 개인이 사이버렉카 영상을 통해 부당한 비난을 받을 경우, 그 피해가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높다. 

삭제 할 방법이 없다
 
  '무법지대'에 있는 사이버렉카 영상을 막는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는 '유튜브'라는 플랫폼 사업자를 강제하는 방안이 있다.
'무법지대'에 있는 사이버렉카 영상을 막는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는 '유튜브'라는 플랫폼 사업자를 강제하는 방안이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사이버렉카 영상에 대한 대응 방법이 현재로선 딱히 없다는 점이다. 채널 계정주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영상 내용 자체도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변씨는 "제 경우뿐만 아니라 다른 영상들을 살펴봐도 교묘하고 애매하다.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하라'고 좌표를 찍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모욕이나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나쁜 사람이라고 인식할만하게 영상을 구성하고, 이를 '정보 전달 목적'으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당사자는 큰 고통을 겪는 반면, 강제할 수 있는 법은 멀다.  

뻑가 역시 'BJ잼미'의 사망에 관한 해명 영상에서 "저는 그냥 예나 지금이나 그저 한낱 이슈가 발생하면 그걸 뒤에서 정리하는 사람이에요"라며 책임을 일부 회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심지어 변씨는 해당 영상의 삭제를 시도했지만 이 또한 실패했다. 먼저 씨리얼의 영상 내용이 일부 사용됐으므로, '저작권 침해'를 문제 삼았다. 하지만 씨리얼 측에서 유튜브에서 받은 답변은 "뉴스 보도, 패러디, 논평 또는 리뷰와 같은 변형적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합법적이다"라는 답변이었다.     

전장연 상근 활동가가 되기 전 변씨는 유튜브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구글 코리아에서 근무했다. 그렇다고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역시 유튜브에서 영상을 명예훼손으로 신고할 수 있는 링크에 따라 신고를 했다. 그러나 영상은 삭제되지 않았다. 변씨는 "유튜버가 개인에게 욕을 했으면 삭제가 가능하지만, '정말 나쁜 사람이다' 수준의 메시지를 주는 것은 삭제가 어렵다. 하지만 당사자는 이 영상 때문에 죽을만큼 괴로워진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유튜브의 책임 방기... 플랫폼 사업자 규제할 법 필요

이렇듯 개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미치면서도 '무법지대'에 있는 사이버렉카 영상을 막는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는, '유튜브'라는 플랫폼 사업자를 강제하는 방안이 있다. 

언론인권센터는 7일 사이버렉카의 문제점을 지적한 성명에서 "유튜브는 명예훼손과 모욕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는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유통될 수 있게 방치하였으며, 신고하더라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라며 "유튜브는 비영어권 콘텐츠의 유행성 심의의 문제에 대해 꾸준히 지적받았다. 이제는 언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구체적인 개선안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이어 "이용자의 신고 후 진행되는 내부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감시 역할을 존중하고 이를 활용하여 유해 콘텐츠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폭력 방지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온라인 사업자에게 안전한 서비스 이용을 보장하는 의무규정을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시 막중한 벌금을 물리거나 고위급 경영진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하는 영국의 '온라인 안전법' 등을 참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뻑가 #사이버렉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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