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출판기념 청년포럼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리소극장에서 열리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윤석열 후보가 "적폐 수사"를 이야기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를 요청했다. 어떻게 보나.
"현 정부에 대한 적폐 발언을 보고 선거 과정에서 후보가 할 적절한 이야기인가 상당히 회의를 가졌다. 오늘 아침 문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윤 후보에게 사과를 요청했는데, 이게 마치 후보와 현 정부가 맞붙어 논쟁이 되는 사안이 돼버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 중 네 사람이나 영어의 몸이 됐고 한 사람은 목숨을 스스로 끊어버렸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그런 식의 보복을 해야 하느냐는 건 다시 한 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내세운 게 적폐청산이었기 때문에 그 연결 과정에서 윤 후보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추가로 김 전 위원장은 출판기념회 후 취재진과 만나 "윤 후보는 이 정부에서 검찰총장이 된 사람"이라며 "후보로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에 대해 내가 보기에 적절치 못했다"라고 말했다.)
- 이번 정부에 대한 소회와 이 정부가 어떤 과제를 남겼는지 답해 달라.
"역대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면 하나같이 거의 비슷했다. 민주주의를 철저히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이야기하나 실질적 정부 운용은 그렇지 못했다. 내가 이 정부 초기에 공식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정치권에서 들리던 말을 말씀 드리면 '사법부와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국정을 운영하더라. 그래서 검찰개혁이란 이름으로 공수처가 탄생했다.
실질적으로 보면 자기네들이 원래 추구하려던 민주주의 정신과 반대방향으로 갔다. 사법부가 소위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골간인데 그 사법부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김 전 위원장은 수사 부분까지 사법부의 영역으로 보고 설명했다 - 기자 주). 우리나라 사법부란 게 1960년대 말부터 1980년대까지 권위주의 통치체제 하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1987년 헌법 개정 후 그나마 사법부가 30여 년 동안 정상을 되찾으려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게 이 정부 들어 다시 망가져버렸다.
사법부가 정상적으로 가동되려면 또 30년 가까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공수처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한다. 공수처는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채 극한의 투쟁 속에서 탄생했다. 과연 그렇게 해서 만들었어야 했을까. 그런데 또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야당은 '내가 집권하면 그 기구를 원상으로 돌린다'는 이야길 안 한다는 것이다. 그게 우리나라 정치권의 못된 버릇이다.
한 가지 예를 들겠다. 제가 2016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할 때 방송법 개정안을 내도록 했다. 개정안 골자가 KBS, MBC 사장을 중립적으로 세우자는 것이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이 그걸 반대했는데, 그때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가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미리 이야기하지만 당신네 곧 야당 되니 그때 후회하지 말고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하지 말라'고 했다. 근데 안 하더라.
그럼 민주당으로 정권이 이양됐을 때 어땠냐. 민주당 정부가 됐으니 당연히 민주당이 고쳐야 할 것 아닌가. 근데 그대로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안 하는 거다.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이런 일이 계속 반복돼 왔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 본다."
- 각 진영이 중도 통합을 통해 내분을 회복하고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나라 정치권 병폐 중 하나가 뿔뿔이 헤어져 있다가 선거 때만 되면 단일화, 통합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정치를 처음 보기 시작한 게 1963년 (대선을 앞둔) 박정희 군사정부 시절이다. 겨우 야당이 창당됐는데 그 다음에 또 우후죽순 이 사람, 저 사람이 자기 이름을 걸고 정당을 만들더라.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란 사람이 공화당을 만들어 대선에 출마한다고 하니 야당들이 지리멸렬하면 안 될 것 같다면서 대통령 후보 단일화와 야당 통합을 들고 나왔다.
그때 경험에 비춰보면 통합이란 말 자체는 명분상 맞지만 결국 성공하지 못하더라. 당시 대통령 후보로 죽어도 나가겠단 사람이 두 사람이었다. 한 사람은 윤보선, 한 사람은 허정이었다. 그 두 사람의 단일화 과정을 대한민국에서 내가 유일하게 목격했다. 12시간 동안 (양측의) 네 사람이 앉아 회의를 했는데, 모두 죽어도 양보를 못한다고 하더라. 이후에도 계속 싸움만 했다. 국민들이 새로 생긴 야당에 대한 희망 자체가 없어졌다.
2020년 4.15총선 땐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밖에 나가 있던 유승민씨가 이끌던 당(새로운보수당)과 통합을 했다. 사람들이 보수대통합을 하면 금방이라도 선거를 이길 것 같다고 착각했지만 결국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게 확인됐다.
최근에도 보면 대통령 후보들이 선거 막바지에 단일화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단일화를 하면 들어오는 사람의 표를 다 끌어들일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그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단일화를 하려면 특정 사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 상당 기간 협의를 거쳐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막판에 이득을 보기 위해 단일화를 해봐야 의미가 없다."
- 이번 대선의 경우 언제쯤 해야 단일화의 효과가 있는 것일까.
"단일화는 이미 시기를 많이 놓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솔직히 단일화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으면 1월 정도에 그 문제가 거론돼 (지금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어야 한다. 후보 등록일이 불과 며칠 안 남았는데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할까. 굉장히 회의적이다.
- 단일화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인가.
"과거 노태우 시절 3당 통합 때를 돌이켜보자.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의회 다수가 필요해 통합하는 것이 아닌, 숫자만 합해 의회를 맘대로 끌고 가려는 합의는 의미가 없다. 국민들이 금방 안다. 1990년대 초 (3당 합당 때) 당시 호남 빼고 전 지역이 연합한 것 아닌가. 그래서 (당시 국회 의석의) 2/3를 훨씬 넘겼다. (직후) 14대 총선을 앞두고 저도 정부 안에서 선거 상황을 보고 있었는데 당시 정보기관 예측으로 (여당) 180석을 이야기하더라.
내가 판단하기엔 도저히 과반도 안 될 것 같은 상황이었다. 나는 나대로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저 사람들 믿지 말라'고 했는데 (정보기관은) 내일 선거면 오늘까지도 그런 이야길 하는 거다. 나는 '두고 봅시다'라고 말했는데 결국 과반도 못 차지했다.
국민들이 너무 잘 안다. 무도하게 그냥 어느 한 지역(호남)을 빼버리고 합쳐버리면 영원히 그렇게 갈 것 같나. 우리 유권자들이 더 현명하다. 내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치렀던)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그걸 느꼈다. 전반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여러 상황을 보면 여당이 이길 수 없는 선거였다. 네거티브 해봐야 먹히지 않는 선거였다. 서울에 540여 개 동이 있는데 여당이 겨우 4개 동에서 승리하고 다 졌다.
과거 집권여당이 서울의 큰 선거에서 패하면 그 다음 정권 자체가 유지되지 않는다. 선거 끝나고 여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엇 때문에 졌는지 알고 반응했어야 했는데 준비를 못하더라. 하지만 야당도 어떻게 승리했는지 알고 그걸 바탕으로 대선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선거가 혼탁한 것이다."
"최근 호남 민심 좀 달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