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뚠뚠이
조혜민
입이 짧고 까다로운 고양이었으면 하는 마음
집사로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난 참깨의 체중보다 식성에 관심이 많았다. 나를 만나기 전, 꾸준히 자율급식을 해왔던 참깨는 우리집에서 뭐든 다 잘 먹었다. 고양이가 입이 짧고 까다롭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참깨는 아니었다. 어떤 사료든, 습식캔이든 잘 먹었다.
이처럼 잘 먹는 참깨의 모습이 좋으면서도, 한편 속상했다. 참깨는 가끔 사료를 토했다. '이 집에서 언제든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참깨가 급히 배를 채우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나와 우리집이 참깨에게 아직 편하지 않아서 비롯된 일인 것만 같았던 것이다.
나의 이런 고민을 참깨도 알았던 걸까. 한두 달 정도 시간이 흐르자 참깨는 사료를 남기기 시작했고 선호하는 츄르도 생겼다. 참깨는 맘에 들지 않으면 냄새만 맡고 고개를 돌리기 일쑤였다.
그 덕분에 참깨가 외면한 사료와 간식은 방 한편에 남기 시작했지만 나는 뿌듯했다. 이제야 참깨에게 내가 가족이 된 것만 같았다. 그렇게 행복한 나는 참깨가 좋아하는 간식과 사료를 맘껏 먹을 수 있도록 챙겨주었다. 그리고 우리 참깨는 '뚠뚠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