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직하고 있는 일기장학창 시절엔 일기장에 글을 쓰다가 나이가 들어서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었던 나를 발견했다.
박정선
그런데 최근에 짐 정리를 하다가 오래된 일기장 뭉치를 발견했다. 숙제 검사를 받기 위해 꼭 써야 했던 국민학교 때의 일기장이었다. 그 이후 누구도 일기를 쓰라고 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늘 일기를 써 왔다. 그리고 이제는 종이 일기장 대신 블로그로 옮겨 와 20년 가까이 거의 매일 글을 쓰고 있다(비공개가 대부분이지만).
잘 하지는 못해도 계속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마음속 깊은 곳에 있었다는 증거를 발견한 것 같아 나는 조금 놀랐다. 한 번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해서 글을 쓴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 그냥 습관처럼 글을 쓴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기사 쓰기가 성에 차지 않을 때마다 내 안의 위기 대처 능력을 불러낸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그 위기를 타개해낼 수 있는 능력'을. 그게 뭔가 하면 이런 거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해 조바심 내며 그때마다 매번 선택한 길을 의심할 수는 없다'라는 마음, 영화 <안경>의 명대사처럼 '이쯤에서 길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보이지 않는 그 지점에서 조금만 더 참고 가면 길이 있다'는 마음으로 포장된 위기 대처 능력 말이다.
비록 글을 쓴다고 앉아 있다가 잠깐 물이라도 마시려고 일어날라치면 다리에서 두두둑 소리가 나고, '아이고 아이고'를 두 번 정도는 질러줘야 걸음을 뗄 수 있는 디스크 환자지만, 지금 이 상황이 학습곡선으로 치면 또 하나의 계단을 오르기 직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마음만으로, 글쓰기의 위기를 이겨내기도 하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스탠드 불빛 아래 노트북을 펼치고 쓰고 또 고치며 뚝딱뚝딱 키보드를 치고 있다. 비록 이 글도 생나무로 대롱대롱 걸려 있다가 사라져 버릴지라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 밖에 없다'는 말을 생각하며 쓰다 보면 '어느새 생나무쯤이야! 후훗~' 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코로나 엔데믹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내가 사는 부산 지역에서 시민기자 모임이나 교육이 있다면 달려가서 배우고 싶은 초보 시민기자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때까지 15만 명(2021년까지 전체 누적 시민기자 수)분의 1의 역할을 열심히 해 보기로 한다.
오마이뉴스, 오 마이 시민기자, 오 마이 새 뉴스게릴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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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말고 기사 쓰자" 새내기 시민기자의 요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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