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빛연대 차차 간담회. 사진 가운데는 필자.
강민진
-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코로나의 영향이 있나요?
바다: "하루 손님이 반 이상 줄었어요. 문 닫은 가게들도 많고, 그러면 거기서 일하던 언니들은 생계가 문제가 되니까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몰래 영업하는 가게로 가거나 더 수위가 높은 업종으로 가게 되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왹비: "저는 유흥업소, 소위 룸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일하니까 2차를 가지 않으면 일 자체는 불법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밤 9시면 시작하는 시간인데 영업제한이 있다보니까 몰래 영업하는 곳들이 많죠.
몰래 영업하다가 걸리면 아가씨들이 번 돈은 경찰이 범죄수익이라고 다 뺏어가요. 코로나로 인한 손실대책도 우리는 받을 수가 없어요. 재난지원금 신청받을 때도 이름이랑 주민번호, 직장명을 써야 한다고 해서 일하는 언니들은 대부분 신청하지 않았어요. 근로계약서도 4대보험도 없으니까, 우리는 분명 있지만 '없는 사람들'이나 마찬가지죠."
- 제도 바깥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위험한 상황도 많았을 것 같아요.
왹비: "유사성행위나 삽입성행위가 없는 유흥업소의 경우는 합법이에요. 그런데 유흥업소에서 합법적으로 일하다가 폭행이나 성폭력을 당해도 경찰에 잘 신고를 못해요. 경찰이 '너 2차 한 거 아니냐'면서 피해자가 아니라 피의자로 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
불법으로 여겨지고 있는 업종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하거나 도움받는 것이 훨씬 어렵죠. 성폭력이 많이 일어나요. 합의된 수위 이상을 요구하고 강간을 하는 식인데, 우리가 당하는 강간도 강간이거든요. 그리고 돈을 제대로 안 내고 가는 경우도 많은데 경찰에 신고를 할 수가 없어요."
바다: "손님들이 어떻게든 정해진 것 이상을 하려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저 같은 경우도 손님이 힘으로 하려고 했던 경우가 있었고요. 업주도 보호를 해주지 않았어요."
- 신상공개나 불법촬영이 두려운 적은 없었나요?
왹비: "연락을 안 받고 일을 안 나오면 업주가 신상 뿌리겠다고 협박하는 일들이 있어요. 그리고 어떤 업소에서 업주가 불법촬영을 한다는 소문이 쫙 돌았는데, 몰래 카메라 설치해서 일하는 장면을 다 찍은 다음에 VIP 고객들에게 제공을 했대요. 그런 일이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없죠."
바다: "신상 유포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초반에는 손님 휴대폰이 혹시 녹화나 녹음을 하고 있는지 신경을 썼는데 매번 그렇게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요."
경찰, 빚, 인권 그리고 정치
- 성산업 종사자들에게 경찰은 어떤 존재인가요?
바다: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경찰 단속을 받았어요. 경찰 단속을 피해서 도망가서 택시를 타려고 하는데, 경찰이 제 손목을 낚아채고 일하던 건물로 끌고 들어갔어요. 저에게 조서를 쓰라고 하고 지켜보는데, '무슨 일을 했는지 상세하게' 쓰래요.
그런데 쓰기가 좀 그렇잖아요. 그 행위들을 하나하나 보는 앞에서 쓰라고 하는 것이... 수치스러워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경찰이 저를 윽박질렀어요. '너 여기서 OOO 하지 않았냐', 그러면서 그대로 쓰라고 했어요. 제가 다 쓰고 나니까, 앞으로 자기 연락을 잘 받으라면서 안 받으면 저희 집에 찾아오겠다고 했어요."
왹비: "지금의 경찰 단속이 성매매를 차단하는 데 큰 효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성매매특별법이 생기고 성매매가 불법이 되었는데도 근절되지 않는 건, 경찰과 업주가 유착관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성구매자들은 경찰 단속을 무서워하지 않아요. 걸려도 초범이라고 존스쿨 교육만 받는 거고, 원래 업소에 와서 돈을 많이 쓰기 때문에 벌금 얼마 내는 것도 그렇게 큰 게 아닌 거죠. 경찰은 여성들에게만 무서운 존재예요."
- 여성들이 빚의 늪에 빠지는 이유는 뭔가요?
왹비: "일을 하기 위해 들여야 되는 돈이 많거든요. 옷, 헤어, 메이크업, 출퇴근이 다 돈이 들어가고, 직업상 술을 마셔야 하다 보니까 건강이 나빠져서 돈 들고, 일하는 환경이 안 좋다 보니까 정신질환이나 성병을 얻게 되면 일을 쉬게 돼 돈을 못 벌어서 빚이 쌓이는 경우가 많아요.
저 같은 경우는 법적으로 합법인 유흥업소 아가씨임에도 불구하고, 제2금융권 대출조차 거절당했어요. 대출심사할 때 직업이 뭐냐고 해서 저는 사실대로 이야기했더니 거절하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3금융권에서 빌렸는데 이자가 높죠. 보통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직업 증빙이 어려워서 3금융권이나 일수로 빌리게 되고, 이자가 높으니까 빚의 늪에 빠지는 것 같아요."
- 성산업 종사자들의 존재가 여성인권을 저해하는 존재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유자: "그런 게 페미니즘이라면 저는 페미니스트 하지 않을래요. 이 일을 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경계선 위에 있었던 사람들이 자신의 시선으로 타인을 재단할 때, 그러면서 나쁜 말들을 뱉어낼 때 저는 너무 슬퍼요."
바다: "그 사람들은 이런 일 안 하고도 먹고 살 수 있으니까, 저희도 쉽게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 여러분을 대변하는 정치를 상상해본 적 있나요?
바다: "일단 정치라는 게 거리가 많이 멀죠. 성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보통 사회와 단절된 채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정보 자체를 얻거나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있으니까 정치에도 관심 갖기가 어려운 거예요."
왹비: "정치가 일상적인 언어가 아니다 보니까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인권'이라는 말도 뭔지 모르는 분들도 많아서요. 쉽게, 가장 낮은 사람들도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정치가 이야기를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어요."
- 정치가 어떤 이야기를 해주길 바라나요?
바다: "이 일을 굳이 택하지 않고도 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이잖아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이걸 그만둘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이 최소한 여기서 인간적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좋겠어요."
왹비: "그냥, 이 사람들이 강간당해도 되거나 죽어도 되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사람들도 일하는 사람으로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