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가을, 과친구들과 용문산으로 캠핑을 가서 (왼쪽부터 박도, 민병기, 한승옥, 임봉재, 앞줄 이상길).
박도
영혼을 두드려 준 친구
몇 해 전 어느 날, 문득 조동탁(조지훈) 선생이 강의시간이면 <청록집>이나 <풀잎단장> <역사 앞에서> 등의 시집을 펼치고선 자작시를 낭독해 준 게 떠올랐다네.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 바람에 오히려
간 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다 함께
안주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
- '다부원에서'
나는 그 굵직하던 선생의 옥음이 되살아나 6.25전쟁 때 격전지 다부원을 배경으로 장편소설을 집필, 탈고하여 <전쟁과 사랑>이란 제목을 붙였다네. 나는 그 작품 집필에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다했다네. 자네를 통해 알게 된 미리내 유무통상마을 방구들장 신부님이 고맙게도 통 크게 성원해 주셨지. 아마도 하늘에서 자네의 영혼이 방 신부님을 일깨워 주신 덕분인가 보네.
친구! 나 요즘 매우 힘들어. 우리 사회는 인문이 고사(枯死) 직전이라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네. 지난번에 한 제자의 주선으로 일본 교토에서 도쿄까지 신간선 열차를 탔는데 역 대합실이나 열차 안에서 독서광인 일본인조차도 죄다 손 전화를 쳐다보거나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더군.
이즈음 나는 새 작품을 집필하고자 노트북 자판 앞에 앉아 있지만 글이 시원시원하게 쓰이질 않아. 추임새도 관객도 없는 무대에서 혼자 창을 하는 소리꾼 같아서. 자네가 이승에 있다면 축 처진 내 어깨를 두드리며 고래고래 추임새로 흥을 불러일으켜 줄 테지.
"어이 친구! '눈물 속에 핀 꽃'이 더 아름답다네."
자네의 그 다정한 추임새가 들려오는 듯하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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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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