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장인은 각자의 '일의 의미'를 품고 살아간다.
unsplash
이상형을 물을 때 친구들과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한다. 못생겨도 내 스타일대로 못생기면 괜찮다고. 각자의 이상형은 다르다. 나는 무쌍의 따뜻한 남자를 선호하지만 친구는 진하게 생긴 마초남을 좋아한다. 이 세상이 그나마 평화로운 이유는 각자의 보는 눈이 다르기 때문이다(다양한 수요).
마찬가지로 구직자가 회사를 고를 때 우선시하는 가치도 사람마다 다르다. 연봉이 낮아도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는 사람이 있고, 업무 강도가 높아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으면 괜찮다는 사람이 있다.
데이트 방식도 미시적으론 다르지만 거시적으로 시류라는 것이 존재하긴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개념이 없던 더치페이라는 방식이 요즘 연애에 있어서는 좀 더 보편화된 데이트 방식이 된 것처럼 말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요즘 구직자들은 상대적으로 직무와 성장(미래 가치)에 보다 큰 가치를 부여한다. 2030 직장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동기부여 요인, 퇴사 요인 리서치들을 살펴보면 그 시류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2030 구직자의 시류 ①] 직장보다 직업
일한 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나와 동기들은 애초에 평생직장을 상정하지 않는다. 같이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이직 준비를 하는 동기들이 꽤 있다. 직장이 아닌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며,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직도 방법이란 것에 공감하기에 서로를 응원할 뿐이다. 이처럼 직장보다 직업을 중시하게 된 배경에는 평생직장 가정(hypothesis)이 무너졌다는 변화가 있다.
한편, 회사의 윗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근속연수가 회사에 대한 로열티에 큰 영향을 준다고 느낀다. 본인의 시간과 노력이 투입된 것에 비례해 직장과 자아정체성을 동일시하는 경향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저연차 젊은 사원들은 평생직장을 가정하지 않기에 기대하는 근속연수가 길지 않다. 자연스럽게 회사와 동질성을 느끼기보다는 일 자체에 더 의미부여를 하게 된다.
그래서 2030 직장인은 좀 억울하다. 젊은 MZ세대 사원들에 대해 갖는 흔한 오해 중 하나가, 그들이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없어 선배 사원들과 달리 일에 대한 열정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퇴준생(퇴사와 취업준비생을 조합한 신조어)이라는 말이 보여주듯, 직장 안정성이 낮아 언제 어디로 떠나게 될지 모르는 저연차 직장인들은 오해와 달리 열심히 직무 역량을 개발하고 관련 자격증을 공부한다.
나 역시도 소모임 앱(application)을 통해 지역이 비슷한 직장인끼리 스터디를 꾸려 공부하고 있으며, 회사 동기들도 직무 스터디, 데이터 언어 스터디 등 그룹을 결성해 퇴근 후 같이 공부하고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2030 구직자의 시류 ②] 재미와 성장
동아비즈니스리뷰(DBR)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직장인의 동기부여 요인 4위가 '재미'로, 8위인 '성과에 따른 보상'보다도 높았다. 나도 그렇지만 동료, 후배님들과 일의 의미를 논할 때마다 재미가 정말 중요한 요소임을 실감한다. 일이 재미가 없어서 직무 이동을 신청한 동기의 비율이 15%이고, 직무를 바꾸기 위해 퇴사한 케이스도 있다.
'일에서 재미를 추구한다는 건 어린애 같은 발상'이라고 혹자는 말한다. 회사가 재미있으면 돈을 내고 다녀야지 월급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이다. 그러나 2030이 정의하는 재미는 단순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쾌락적 요소가 아니다. 그 재미는 일을 통해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성취할 수 있는 자극들이 있는지의 여부에 가깝다.
내 주변의 20~30대 직장인 10명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그들이 재미를 느끼는 지점에 공통적으로 '성장' 요인이 있음을 확인했다. 새로운 직무 스킬이나 지식을 습득했을 때, 본인의 능력이 업그레이드되고 결과로 보여질 때의 성취감 등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그리고 단순 반복 업무에 지루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따라서 2030이 추구하는 재미는 성장과 연결된 자극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회사라는 게 돈을 받고 일하는 곳이다 보니 원하는 직무에 발령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다. 회사의 필요에 의해 배치된 곳에서 그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그것을 감내하는 역치가 앞선 세대에 비해 낮아진 것 같다고 나 역시 느끼고 있다. 업계 1위인 회사에 다니는 친구와 신입 사원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21 사번 사원 중에 배치된 지 한 달이 안 된 상황에서 네 명이 직무가 맞지 않는다고 팀 이동을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기도 했다.
개인의 삶이고 개인의 선택이라 옳다 그르다로 판단할 순 없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관리의 부담이 가중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측면으로 본다면, 젊은 사원들이 일의 가치로 재미와 성장을 보다 더 갈망한다는 건 담당 업무와 본인의 니즈가 일치했을 때 더 몰입하고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외적 보상(연봉, 성과급, 복지) 못지않게 내적 동기(재미, 성장)가 강한 젊은 세대를 이해하고 인사 운영을 해야 하는 이유다.
로열티 없어도 일은 잘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