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통령선거 후보가 설을 앞두고 여영국 당대표, 류호정 의원 등과 함께 28일 경남 창원과 부산 방문에 나섰다. 이날 오전 창원에서 노동자들을 만나고 있는 심 후보.
정의당
저는 2018년 11월에 노·사·정 대표자들이 모여 한국의 고용노동정책을 협의 및 합의함으로서 국정운영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계 본위원으로 위촉받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사회적 대화에 강하게 힘을 실어줬던 만큼 저도 기대가 컸기에 주장하고 싶은 의제들도 참 많았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넘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한 임금체계 개혁, 기업별 교섭체제의 굴레를 벗어 던지기 위한 노력 등 한국의 고질적인 병인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과감히 드러내는 것이 청년유니온 위원장으로서 책무였습니다.
특히 연금개혁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좌지우지 할 정도로 절실한 의제입니다. 경사노위 산하 연금개혁 특위에도 위원으로서 참여했던 저는 미래세대에게 무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며 보험료율 인상 현실화 및 소득대체율 인상의 위험성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기성 시민사회, 노동운동과는 정반대의 주장이었기에 당연히 저의 목소리는 받아들여질 수 없었습니다. 누가 봐도 초고령화 사회를 당장 막아내기 어려운 현실에서, 연대의 원리로부터 출발하는 진보의 가치실현을 위해 소득대체율 인상에 방점이 찍혀선 안 된다는 저의 주장은 오히려 진보를 배신한 목소리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청년유니온의 주장을 재정건전성에만 묶여 사용자 단체 편에 선다는 진영논리에 당장 대응할 수 없었기에 끝내 소득대체율 45% 인상 주장으로 입장을 선회한 속상했던 기억입니다.
결국 노사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 정부에서 연금개혁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의제만 던지고 어려운 갈등에 직접 뛰어들지 않는 정부도 참 무책임합니다. 특히 탄력근로제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3개월 안에 경사노위에서 합의해 오라는 청와대의 고집은 사회적 대화를 파국으로 치닫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저를 포함한 노동계 청년·여성·비정규직 3대표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본회의 일정을 파행시키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고, 이후 대내외적으로 겪었던 압력은 이루 말할 것 없이 고통스러웠습니다. 당장 변명의 여지가 없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만 했고, 저는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청년유니온 위원장과 경사노위 본위원직을 2019년 8월에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동운동가로서 일찍이 실패를 경험해서 그런지 한국 정치에 당분간 별다른 기대가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요즘 대선 시국을 바라보며 민주주의와 진보를 앞세우는 수많은 정치인들 또한 노동문제는 예민하다는 이유로 후순위로만 밀리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