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홍동마을 밝맑도서관에서의 농민과의 간담회
기후위기비상행동
한편 최근 기후위기를 둘러싼 논의에서 농민들의 주된 심정은 '억울함'이다. 벼농사를 지으면 메탄이 나온다며 논에 물조차 마음대로 대지 못한다는 것이다. 2030년까지 농촌진흥청은 탄소를 배출하는 각각의 농사행위에 대해 세부적인 배출계수를 계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제 농민들에게도 탄소배출량이란 꼬리표가 따라붙고, 저탄소인지 아닌지가 새로운 인증체계로 도입되어 보조금과 직불금이 지급될 것이다.
과연 정부가 말하는 저탄소농법은 친환경일까. 현장의 농민들은 의구심이 있다. 기준만 다를 뿐 기존에 기계를 사용하여 대규모로 단작하는 농업에 맞추어진 친환경 인증제도, 직불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생태적으로 농사짓기 위해 작은 농지를 운영하는 소농은 지원체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나온 기후변화 대응대책이라는 것이 이러한 피상적인 지원정책이다.
농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내 배출량의 약 3%에 불과하다. 논에서 유기물이 썩는 과정이나, 소와 같은 가축의 소화과정과 가축분뇨 처리 과정에서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발생한다. 인간이라면 먹고살아야 하고, 이를 위해 농사짓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온실가스가 나온다면, 이는 감수하고 쓸데 없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것이 농민들의 토로이다. 탄소라는 잣대로 또다시 농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정책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누가 얼마나 탄소를 배출하는지, 따지고 묻고 비교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기후위기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땅에 발붙이고 사는 농민들은 명쾌하게 이야기한다. 기후위기가 온 것이 생산성과 효율성에 사로잡혀 너무나 많은 소비를 했기 때문이라면, 우리가 살아왔던 방식 자체를 되돌아 보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단순하다. 우리의 삶의 수준을 낮추고 필요한 만큼 자급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중요하지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자연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위기를 느껴온 사람들이 이야기했다.
'기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런저런 복잡한 말들 속에서 길을 잃은 한국사회에 가장 변두리에 있는 농민들이 던지는 일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