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숙씨가 봉제노동자로 일하며 지냈던 시절
박정숙
몰랐다. 코로나가 3년째 일상이 될 줄 몰랐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주변의 가치를. 그리고 몰랐다. 당연한 듯 그리고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필수노동자들의 삶을.
돌봄을 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존재가 이토록 중요하게 와닿았던 시기가 있을까? 하지만 이들은 언제나 있었고, 언제나 가장 중요한 노동을 담당하고 있었다. 코로나19는 돌봄이 왜 모두에게 중요하고, 필수인가를 알려주었다. 간호조무사, 간병사, 요양보호사, 활동보조사 등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노동자들. 그들은 필수노동자이지만 여성의 노동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되면서 비정규직으로, 과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이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어느 노동자는 가족과 여행을 다녀온 후 집으로 가지 않고, 요양병원으로 바로 가야만 했다고 한다. PCR검사를 일주일에 두 번 필수로 해야만 다음날 출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일에도 검사를 받으러 간다고 해서 힘들겠다고 했더니, 오히려 무료로 검사해주니 얼마나 다행이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부당함보다는 혜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느껴져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노동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살아가는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노동자회는 대선의제 중 제1과제로 '성평등 노동가치 실현을 위한 사회적 전환: 탈성장, 돌봄 중심사회'를 외친다. 돌봄노동의 저평가를 해소하고 돌봄노동의 공공성 강화를 요구한다.
인천여성노동자회에서는 요양보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정숙 회원을 인터뷰했다. 원래는 대면 인터뷰를 하려 했지만, 갑자기 근무지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비상이 걸렸다고 하여 부득이하게 지난 2월 20일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직업 봉제일... 보조에서 시작해 20년 넘게 일해"
- 안녕하세요. 오랫동안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원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살아오신 과정을 포함하여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어요?
"저는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원 박정숙입니다. 저의 삶을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배움이 짧았고 어린 나이에 저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우연히 시작한 봉제일은 첫 직업이 되었고 보조에서 시작해 미싱을 20여 년이 넘도록 했습니다.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항상 저임금에 시달리며 먹고 살기 바빴기에 바꿀 기회도, 여력도 없었습니다."
- 여러 노동의 경험이 있으시다고 알고 있는데 요양보호사를 선택한 이유엔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요?
"내가 어렵게 살아서 그런 건지, 우리 사회가 어려운 사람에게 기회를 안 주는 건지 내 주변 상황은 늘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어려운 사람을 잘 돌봐 주지 못한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되었고, 어려운 사람에게 힘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은 내 나이 50이 넘어 찾아 왔어요. 늦은 나이에 공부를 하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초고령화 되어가면서 돌봄의 손길이 절실함을 느꼈습니다. (돌봄은) 이전의 단순노동과는 달리 감정과 인격, 한 개인의 인권까지도 존중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의지하고 격려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라고 생각하기에 요양보호사의 역할에 막중함을 느낍니다."
- 하루 일과를 설명해 주시겠어요?
"저는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한 지 딱 1년이 되었어요. 현재 주간보호센터에서 아침, 저녁 어르신 송영하는 업무와 센터에서 어르신들 식사부터 화장실 이동, 신체기능 체조, 정서적 지원, 인지기능 보조, 전반적인 신체적 돌봄 등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오전 7시 50분부터 9시 30분까지 어르신들 센터로 모시는 송영 업무
- 10시에 오전 간식 돌봄 후 10시 30부터 11시까지 치매 및 관절, 혈액순환 신체 체조 진행
- 11시 40분 어르신 점심 식사 돌봄, (어르신 휴식~ 안마, 마사지 등)
- 12시 40분 ~ 1시 40분까지 요양보호사 점심시간
- 1시 45분 ~ 2시 30분 워커로 걷기 운동 진행
시~ 4시까지 오후 인지프로그램 도움시 30분 ~ 5시까지 저녁식사 도움시부터 오후 송영 업무 (퇴근 시간 상관없이 끝날 때까지)"
- 하루 일과를 보면 쉴 틈이 없어 보이는데요. 현재 근무환경은 어떠세요?
"근무상황은 매우 열악하다고 봅니다. 점심시간은 1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제대로 못 쉬고 있으며 하루종일 종종거리며 걸어 다니기 때문에 항상 다리가 부어있어요. 급여는 항상 최저임금에 맞추어져 있으며 노동에 비해 너무 열악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요양원에 입사해서 2교대로 주야간근무를 했어요. 주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7시까지, 야간은 오후 7시에서 다음날 오전 9시 교대인데 근무시간에 비해 급여는 적었고 오전, 오후 30분씩 쉬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노동강도도 엄청 셌어요.
그 후 주간노인보호센터에 취업했지요. 1인당 5~6명을 담당하는데 케어 일지 쓰고, 센터에서는 6명의 요양보호사가 함께 돌봄을 하고 있습니다. 오전 송영은 6명, 오후 송영은 8명인데 한 번에 못해서 1, 2차로 나누어서 하고 있습니다. 모두 집까지 가서 모셔오고 집안까지 모셔다 드리는 업무인데 이를 송영이라고 합니다."
"퇴근 후 피곤함에 움직이기 힘들 정도... 처우 개선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