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선언 : 상호의존이 정치학> 표지.
니케북스
코로나 상황 이전에도 돌봄은 위기였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었다. 비극의 재연을 막기 위해서라도 돌봄을 중심으로 사회를 재구성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 주거, 교육, 보건의료 등과 밀접하게 연결된 돌봄을 둘러싼 위기는 다면적이고 총체적이다. 따라서 돌봄은 국정을 떠받치는 철학적 토대로서 보건복지부 뿐만 아니라 모든 정부 부처 정책 행정의 핵심 기조가 되어야 한다.
돌봄 문제를 연구해 온 학술집단 '더 케어 컬렉티브'가 쓴 책 <돌봄선언 : 상호의존의 정치학>의 일독을 권한다. 이 책은 '돌봄을 전면에 내세우고 중심에 놓는 정치가 시급하다'(16쪽)고 주장한다.
"국가의 최우선이자 궁극적인 책임은 지속가능한 돌봄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국가가 현재의 우선순위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115쪽)
돌봄국가에서는 돌봄이 시장경제에 편입되어 불안정하고 질 낮은 일자리로 전락하거나 과도한 노동으로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고질적인 돌봄의 부족과 반복되는 돌봄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돌봄'의 사회적 위상은 재정립되어야 한다. 돌봄은 여성이 전담하는 영역이 아니며 저급한 일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삶의 전 분야에서 돌봄이 없다면 사회는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돌봄을 중심에 놓는다는 것은 '상호의존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돌봄에 대한 평가절하와 사회적 무관심을 넘어서 '상호의존적인 체계'로서 돌봄은 정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돌봄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사회적 역량이다.
이 역량은 더불어 함께 돌보며 성장해나가는 공동체의 정치적, 사회적, 물질적, 정서적 조건을 마련한다. 저자는 "돌봄이 역량과 실천으로서, 평등을 기반으로 교육되고 공유되고 사용되어야 한다"(19쪽)고 지적한다.
예컨대, 충분한 돌봄을 제공하고 제공받기 위해서는 관계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역량을 개발할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돌봄의 환경과 역량을 확장하기 위해 노동시간의 단축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한다.
"돌봄이 좀 더 나은 사회와 세상의 기본이 되려면, 우리는 현재 돌봄의 위계를 급진적 평등주의로 나아가도록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인간, 비인간을 막론하고 모든 생명체 간에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돌봄이 필요와 지속가능성에 따라 공평하게 그 가치를 인정하고 사용되어야 한다."(80쪽)
돌봄은 마땅한 국민의 '기본권'으로 옹호되어야 한다. 돌봄국가는 모든 생애주기에서 질 높은 돌봄을 제공한다. 적절한 주거, 문화, 교육, 보건의료 서비스의 제공을 보장한다. 적절한 돌봄을 위한 공공서비스와 자원을 순조롭게 공급하고 돌봄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간다. 다양한 돌봄의 위기에 포괄적으로 대응하면서 돌봄의 보편성, 충분성, 공공성을 확보하는 효과적인 체계를 운용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복지와 돌봄에 실패하고 있다. 복지에 대한 국가의 의무와 책임이 강조되는 만큼 그 실행력에 대한 성찰과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이제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할 중대한 임무가 차기 정부의 어깨 위에 놓였다.
돌봄 선언 - 상호의존의 정치학
더 케어 컬렉티브 (지은이), 정소영 (옮긴이),
니케북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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