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안승원 일병 유해 발굴 현장
국방부 제공
지난 2012년 11월 경기도 성남에서 발굴된 6.25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돼, 전사한 지 72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2012년 11월 16일 성남시 동원동에서 발굴된 6.25전사자 유해가 고 안승원 일병으로 확인되었다"고 11일 밝혔다.
안 일병의 유해 발굴은 어린 시절 6.25전사자 유해 수습 장면을 목격한 한 시민의 제보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2년 제보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6.25전쟁 초기에 장작을 얻기 위해 오르던 야산에서 6.25전사자들의 유해를 매장하는 것을 보았다"고 국유단에 제보했다. 국유단은 제보자의 목격담을 토대로 육군 제52사단 장병 30여 명과 함께 경기도 분당구 동원동 소재 야산에서 제보자가 지목한 지역에 대한 유해 발굴 작전을 시작했다.
발굴 11일째 되던 날, 좁은 구역에서 일괄유해(같은 장소에서 타인의 유해와 함께 발굴되는 유해) 형태로 함께 묻혀 있던 전사자 유해 3구가 62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유해는 발굴 당시 수분을 머금고 있어 붓과 같은 발굴 도구에도 쉽게 손상될 수 있을 만큼 약화되어있었다고 국유단은 전했다.
당시 수습된 3구의 유해 중 1구는 지난 2021년 12월 신원이 확인된 고 박동지 이등상사의 유해였다.
안 일병, 수원 북방전투 중 전사 추정... 유가족 유전자 시료 덕에 신원 확인
안 일병은 1949년 8월 입대하여 1사단 12연대 소속으로 개성에서 복무하던 중 북한군의 남침을 받아 전투를 치르다가 '수원 북방전투'(1950. 7. 3~4) 중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유단은 고인의 신원확인이 '유가족 유전자 시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국유단은 고인이 소속되었던 1사단이 참가한 '다부동 전투' 관련 자료 재분석 결과를 토대로, 국유단이 고인의 여동생 안창순씨의 소재를 파악한 후 지난해 12월 자택을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했다고 밝혔다.
이후 유전자 시료를 분석하고 비교한 결과, 안씨와 성남에서 발굴된 유해가 남매 관계로 판정되어 안 일병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씨는 오빠에 대한 기억이 없지만, 관련해 생전 부모님이 "잠시 휴가를 나왔다가 들어간 후 전쟁이 나면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안씨는 또 어머니가 화병이 들어 답답함을 못 이기실 때마다 고인의 사진을 꺼내놓고 우셨던 것을 기억했다.
유가족은 고인의 유해를 찾은 것에 대해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 찾았다고 하니 꿈만 같다"면서 "어머니께서 살아계셨을 때 오빠의 유해를 확인했으면 화병도 안 걸리고 건강하게 사셨을텐데"라고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고 안승원 일병의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11일 전북 정읍시의 안창순씨 자택에서 고인의 참전과정과 유해발굴 경과를 설명하고, '호국의 얼 함'을 유가족 대표에게 전달하는 내용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유단은 지난 2000년 6·25전사자 유해발굴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안 일병을 포함해 모두 814명이라고 밝혔다. 유해가 발굴됐지만 비교할 유가족 유전자 시료가 없어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전사자 유해는 1만여 구에 이른다.
국방부는 "영농·등산과 같은 일상 활동 혹은 공사를 진행하던 중 6·25전사자 추정 유해나 유품을 발견했거나 들었다는 내용 등 사소한 제보라도 유해발굴에 큰 도움이 된다"며 "유전자 시료 채취에도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