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여름이
박은지
아이를 낳아야 어른이 된다지만, 반려동물과 살면서도 나름대로 배운 것이 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하게 된다. 가족과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때로는 아이돌에 대한 사랑이나 종교적 사랑… 그리고 내가 반려동물에게 배운 사랑의 대전제는, 내가 원하는 사랑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을 줘야 한다는 점이다. 나에게 편하고 좋은 것이 꼭 상대방에게도 좋은 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리트리버 한 마리와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고 있다. 리트리버 여름이는 관심을 주지 않으면 시무룩해진다. 바닥에 얼굴을 납작하게 붙이고 누워서 온몸으로 심심하다는 기운을 내뿜는다. 그래서 손을 뻗어 만져주면 1초 만에 표정이 밝아지고 꼬리가 살랑살랑 바쁘게 움직인다.
사실 호들갑이 없는 편인 내 성격으로는 여름이에게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한때는 대형견이다 보니 사회성을 높여주려고 훈련소에도 다녔는데, 훈련사님은 항상 나에게 '더 크게, 더 과장되게 말해주세요!'라고 요구했다. 그럴수록 집중 받기 싫은 내 목소리는 더 기어들어갔다.
여름이에게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잘했어" 칭찬하는 건 의미가 없다. 그러다 보니 여름이에게는 무뚝뚝하고 표현이 없는 보호자보다는, 작은 일에도 오버스럽게 칭찬해주는 텐션 높은 보호자가 어울릴 것이다. 다행인 것은 나랑 비슷한 성향의 남편에게 빠르게 '여름이 패치'가 깔렸다는 것. 남편은 여름이의 호들갑에 맞장구도 쳐주고 여름이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예상했겠지만 고양이는 반대다. 고양이는 큰 소리가 나는 걸 싫어하고, 갑자기 끌어안거나 과장되게 목소리를 높이면 발버둥을 치면서 멀찍이 떨어져 버린다. 고양이는 내가 고양이처럼 조용하게 움직이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원할 때 원하는 부위를 만져주는 것을 좋아한다.
다행히 고양이가 원하는 사랑의 종류는 내 성격과 잘 맞는다. 나는 고양이가 먼저 다가올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다가, 고양이가 곁에 다가오면 고요하게 기뻐한다. 여름이가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게 고양이와 어울리는 사랑 방식인 셈이다.
모든 아이가 같지 않듯이 행복도 다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