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덕 시인의 시집
상상인
편협하지 않다고 느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도(규칙)'란 다수의 시선에 맞춰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편협함을 느끼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하지만, 보통의 우리도 항상 공평하다고 느끼지만은 않습니다. 보편을 벗어난 세분화된 제도와 조우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다른 타지나 제도 속을 유영할 때, 나 또한 이방인이 되었다고 느낄 것입니다.
제 아내는 작년 10월 무릎 수술을 했습니다. 퇴행성 질환으로 고생을 하다가 통증이 심해져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술 뒤, 아내가 보통 사람들처럼 뛰고 걸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렇지만 쉽게 회복되지 않더군요.
6개월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걷는 것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뛰거나 또는 계단을 내려갈 때 힘들어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무릎이 좋지 않은 아내와 같이 집 근처를 산책이라도 할 때, 우리 주변에 '계단이 이렇게나 많았구나'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저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수시로 오르내리면서도 인지하지 못했었는데요. 내 주변의 작은 변화로 계단이 얼마나 불편한 이동통로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제 아내가 이 정도인데요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라면, 어떠할까요.
내 생활의 변화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꾼 것입니다. 불편하지 않았던 것들이 불편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도 내 시선의 확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느끼는 불편함에 대하여.
시인은 '친절한 점자블록'이라고 얘기하지만, 모든 점자블록이 친절할까요? 점자블록이 엉뚱한 곳으로 시각장애인을 안내하기도 하고, 점자 블록을 따라 걷다 보면 장애물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요. 저 점자 블록, 시각장애인을 위하기보다 '법으로 강제'하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이만큼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합니까.
소수에게, 그리고 약자에게 친절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점자블록이 친절하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비용과 노력이 더 투입되더라도요. 소수의 불편을 먼저 알아채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사회, 그런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곳을 진정한 '사람 중심의 사회'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시 쓰는 주영헌 드림
마경덕 시인은...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집으로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등이 있으며, 북한강문학상 대상, 두레문학상, 선경상상인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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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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