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Nadab Lookout)에서 바라본 카카두 국립공원
이강진
다윈(Darwin)을 찾은 관광객 대부분은 리치필드 국립공원(Litchfield National Park)과 카카두 국립공원(Kakadu National Park)도 관광한다. 다윈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볼 것이 많은 국립공원이기 때문이다. 리치필드 국립공원은 이미 둘러보았다. 다음 목적지는 당연히 카카두 국립공원이다.
카카두 국립공원은 남한 면적의 20% 정도 되는 큰 공원이다. 따라서 험한 오지를 찾아다니는 여행객을 위한 크고 작은 야영장이 곳곳에 있다. 그러나 외진 야영장에서 지낼 자신이 없다. 문명(?) 생활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야영장을 찾아본다.
슈퍼마켓과 식당도 있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자비루(Jabiru)라는 동네를 목적지로 정했다. 동네 한복판에 있는 야영장에 전화했다. 그러나 사람이 많지 않아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떠날 준비를 한다. 이제는 짐을 챙기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떠돌이 생활에 익숙해져 있는 나를 본다.
카카두 국립공원이 다윈에서 가깝다고 하지만 3시간도 정도 운전해야 한다. 고속도로를 타고 호주 내륙으로 들어선다. 도로는 한가한 편이다. 속도 제한도 다른 주보다 넉넉한 130km이다. 그러나 무리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달리며 차창 밖 풍경에 빠져든다. 여행하다 보면 많은 시간을 자동차에서 보내야 한다. 따라서 여행을 즐기려면 운전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다.
자비루 야영장에 도착했다. 큰 야영장이다. 열대 지방에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더운 날씨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머리에 이고 캐러밴 설치를 끝냈다. 짐까지 정리한 후 허리를 펴니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다. 수영장에 들어가 더위를 식힌다. 넓은 수영장에는 더위를 식히는 여행객으로 붐빈다.
다음 날 아침 박물관 건물에 있는 관광 안내소(Bowali Visitor Centre)에 가 보았다. 큼지막한 문을 열고 건물 안에 들어선다. 규모가 큰 박물관이다. 통나무로 만든 배를 비롯해 호주 원주민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생활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카카두 국립공원은 일찌감치(1981년)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특이한 자연환경과 원주민 유산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관광안내 책자를 펼쳐보니 구경해야 할 곳이 많다. 리치필드 공원과 마찬가지로 폭포도 여러 곳에 있다. 원주민의 삶이 펼쳐져 있는 문화 공간도 있다.
더운 날씨 탓일까,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폭포에 가고 싶다. 이곳에서 유명한 폭포(Jim Jim Falls)는 가는 길이 험하다. 바퀴가 큰 사륜구동차가 아니면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와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몇 개의 폭포 중에서 도로 사정이 좋은 폭포(Maguk Water Falls)에 가기로 했다. 비포장도로가 있긴 하지만 험한 도로는 아니다.
이른 아침을 끝내고 폭포로 향한다. 고속도로를 타고 한참 운전하니 이정표가 보인다. 왼쪽으로 핸들을 돌려 비포장도로에 들어선다.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30여 분 걸어야 폭포가 있다는 안내판이 있다.
산책로에 들어선다. 태양이 서서히 올라온다. 흘러가는 물에 가끔 얼굴을 적시며 땀을 씻어낸다. 땀으로 몸이 젖어 들기 시작할 즈음 물소리가 들린다. 사람 소리도 들린다. 마지막 비좁은 산책로를 벗어났다. 눈앞에 넓은 호수가 펼쳐진다. 호수 끝자락에는 시원한 폭포수가 떨어지고 있다. 힘겹게 땀 흘리며 온 보람이 있다.
이곳에는 호주 오지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외진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호수에 들어가 몸을 식힌다. 덥지도 차지도 않은 물이다. 호수 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맑다. 제법 큰 물고기들이 한가하게 주위를 맴돈다. 젊은이들은 폭포가 있는 곳까지 헤엄쳐 들어간다. 수영에 자신이 없는 나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부러워만 할 수 없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호수에서 나름대로 자연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