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볼트운영센터 김진기 대리가 시드볼트에 종자를 입고하고 있다.
박정우
-시드볼트에서 종자 저장 업무를 담당하는데, 종자를 저장하는 것은 생각해 보면 단순한 일 같은데, 그냥 넣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보통 그렇게들 많이 생각한다.(웃음) 그런데 시트볼트에 종자가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전 작업이 많다. 몇 가지만 얘기하자면 우선 종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 구축이다. 어떤 종인지 구분하는 것은 물론, 지역, 날짜, 시기 등 그 종자에 대한 모든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시드볼트는 종자를 저장하는 곳이지만 동시에 데이터도 저장하는 곳이다. 그래야 먼 훗날 이 종자들이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 어디로 돌아가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만약 구상나무가 사라졌다면, 제주에 있던 구상나무는 제주로 가는 것이 가장 좋고, 지리산에 있던 구상나무는 지리산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다.
그 외에도 국립수목원에서는 식물 이름을 표준화하여 주기적으로 '국가표준식물목록', '국가표준재배식물목록' 등을 작성해 배포하는데, 그러면 그에 맞게 데이터를 수정해야 한다. 쉽게 말해 종자가 새로 들어올 때는 새롭게 들어오는 종자 데이터와 씨름하고, 종자가 들어오지 않을 땐 예전에 들어왔던 종자 데이터와 싸운다. 우리가 싸워야 하는 종 데이터는 현재 시드볼트에 저장되어 있는 종자의 숫자와 같다. 13만 7880점.
물론 이후에 실제 저장하기까지의 복잡한 과정도 있지만 여기서 다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종자를 수집하거나 기탁받아서 실제 저장하기까지 여러 단계의 과정이 있다는 것은 알아주시면 좋겠다."
- 최근 <시드볼트>를 출간했다. 이 책은 대리님을 비롯해 시드볼트운영센터의 모든 구성원이 작가로 참여했다. 어떤 책인지, 왜 모두가 함께 이 책을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시드볼트는 근래 들어 다양한 언론 매체에 노출되면서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 인지도 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사실 시드볼트의 종자들은 영원히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환경은 너무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식물들 역시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시드볼트에는 더 많은 종자가 저장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우리의 일을 하는 동시에, 시드볼트가 어떤 곳인지,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더 알려지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곳에서 종자를 기탁할 것이 아닌가. 이런 이유 때문에 모두가 기꺼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
그 외에도 책에는 과거 우리나라 종자 반출에 대한 아픈 역사를 비롯해 환경과 종자에 대한 흥미롭고 풍성한 내용들이 많으니 식물과 환경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면 좋겠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해 2중, 3중으로 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