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소통위해 집무실 이전? 그보다 중요한 건 '경청'

등록 2022.03.23 14:30수정 2022.10.0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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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에 설치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취재진과 즉석 차담회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필자는 김대중 정부 첫 정무비서관(정무비서관, 정무2비서관: 여당·국회·선거·정치행사 담당, 정무기획비서관) 등으로 비서실에서 근 4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그리고, 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소통을 위해서 대통령 집무실인 청와대를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것에 대하여 이견이 있다.

청와대를 이전하는 것과 국민소통과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은 상관성이 없다. 대통령은 정부 부처 등으로부터 매일 상당한 분량의 각종 보고를 받고 있다. 물론 다양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도 보고받고 있다. 이러한 것이 부족하여 대통령 집무실을 옮겨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정부 부처 등과 국민여론조사를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설혹 그렇다고 해도 여론 청취 방법에 있어서 대통령이 집무실을 개방하여 국민과 무작위로 만나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대통령은 집무실 장소에 상관없이 정부 부처 등에 특정한 임무를 부과하여 국정현안 등에 대하여 정확한 국민여론을 파악할 수 있고, 소속 정당의 당대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국회의원 등으로부터 국민의사를 청취할 수 있다. 사전 각본 없는 기자회견, 국민과의 대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의사를 파악할 수 있다. 다양한 전문가 등을 초대하여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소통에 중요한 것... 이전보다 먼저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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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 청와대 국방부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 유성호

 
국정운영의 책임자로서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국민대표기관인 입법부의 의사, 특히 국회 다수당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다. 야당의 당대표, 원내 대표 등을 비롯하여 야당 국회의원과 잦은 만남을 갖고 의견을 교환하고 조정해야만 한다.

역대 대통령의 야당 대표 등과 횟수를 살펴보면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하여 노태우 김영삼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을 상대적으로 많이 한 반면에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회담을 적게하였다.

5월 10일 출범할 윤석열 대통령에 우려스러운 것은, 그가 상대적으로 소수당 소속인 데다 국회 정치 경험이 부재한 탓에 다수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이 잘 이루어질 것인가이다. 유일무이한 검찰 수사 경험,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의 중요직을 차지했던 이력이 다수 야당인 민주당과의 대화를 어렵게 할 수 있으므로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더 많은 대화와 타협에 노력해야만 한다. 이것이 중요한 국민소통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작은 정부와 작은 대통령비서실을 약속했다. 대통령비서실 운영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은 대통령비서실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대통령비서실법 제정 논의는 전에부터 있어 왔고, 또한 실제로 법안이 제15대 국회에서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명의로 1996.11.11. 발의(의안번호 268) 되기도 하였다.

 당시 동 법안의 제안 이유 및 주요 골자를 보면, 대통령령으로 규정된 대통령비서실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비서실의 소관 업무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며, 비서실의 직권남용을 방지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당시 동 법안을 발의하게 된 배경은 그 때까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지나쳐 왔거나 아니면 최고 권력기관의 운영에 대하여 감히 시비를 거는 것이 용인될 수 없었기 때문에 지나쳐 왔는데, 당시 비서실 내부의 운영이 문제가 되면서 관련 법제를 살펴보니까 최고 권력기관이 정당한 법적 근거 없이 편의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법안을 발의했던 것이다.

동 법안은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이 국회 의석이 소수였기 때문에 다수당의 반대 뜻에 막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되어 있다가,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이 공동으로 제15대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그 입법의 필요성이 거론되었으나 유야무야되다가 제15대 국회의원의 임기만료로 폐기되었다.

당시에 입법이 되지 못한 이유는 법을 만드는 경우에 아마도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참모 조직인 대통령비서실의 유연한 운영 등이 어려워진다는 것이지 않았는가 추측된다. 국회에서 관련 법의 심의와 결정, 그러면서 업무 내용의 공개가 드러나는 불편함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비서실서 드러난 문제점

대통령비서실은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조직이다. 그래서 최고 권력기관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최고 권력기관이 정부조직법에 대통령비서실 설치 조문 하나에 근거하고,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직제에서 직급의 정원 등 아주 대략적인 사항만을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비서실의 직제는 필요에 따라 여러 차례 고쳐져 왔지만, 일반 부처와 비교해서 법치와 제도화라는 측면에서 부족하다.

일반 부처는 장·차관 등 정무직 인사를 하려면 관련 법을 국회에서 제개정해야 되지만, 대통령비서실은 손쉽게 대통령령만 고치면 된다. 또한, 일반 부처는 그 부처의 실·국 등의 업무가 대통령령인 직제 등에 자세히 명시되어 있는데 반하여 대통령비서실은 대외적으로 공개가 되지 않은 간략한 '내부 규정' 등에 규정되어 있다.

일반 국민은 비서실 어느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최고 권력기관이라는 이유로 편리하게 조직을 바꿀 수 있고 하는 업무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것 등이 역대 정부 대통령비서실 직원의 일탈 행위, 이명박·박근혜 정부 비서실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 발생 등의 원인이다.

최고 권력기관이기 때문에 정무직 인사와 조직 개편 등을 손쉽게 하고, 업무를 베일에 가려 놓겠다는 생각은 권위주의적 정부의 발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최고 권력기관이라는 이유로, 또한 지금까지의 관행이라는 이유로 편의적인 행정을 하는 것은 법치와 민주 행정에 역행하는 것이다. 역으로 최고 권력기관이기 때문에 더 솔선수범해서 법치를 확립하고 제도화를 통해 행정의 공정성과 안정성, 투명성을 높여야만 된다.

대통령비서실이라는 최고 권력기관은 그 어떤 국가 조직보다 엄정함이 한층 더 요구된다. 실험적으로 조직을 쉽게 변경해서는 안 된다. 헌법상 권력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대통령이 바뀌어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조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행정의 안정성 등을 위해서도 크게 바뀌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비서실 내부의 개편은 다른 행정 부처 등에 운영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대통령비서실법을 제정하여 현재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직제에 간략하게 규정되어 있는 정무직 관련 사항을 그 직위, 소관 업무 등을 법에 규정하여야 한다. 권한 남용 방지와 책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정무직 인사를 포함하는 조직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일반 부처와 마찬가지로 국회에서 관련 법인 대통령비서실법을 심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개편의 목적과 필요성 등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인정받아야 한다. 그리고 비서실 내부에서 담당하는 업무가 일반 부처와 마찬가지로 대통령령으로 규정되어 행정 절차가 명확하고 권한과 책임이 분명하며 투명한 행정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또한,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 등 정무직 인사에 대하여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만 한다고 본다. 정작 제일 중요한 인사, 권력의 핵심 자리에 있는 인사가 과연 자격 등이 있는지에 대하여 철저한 검증을 하지 않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이들 인사가 행사하는 권력 등을 고려하여 누가 감히 이들 인사를 문제 삼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만약 부적격자가 이 중요한 자리에 임명되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해악을 끼치게 된다. 대통령비서실법을 만들면 대통령비서실 운영과 관련하여 지금까지 문제가 되어 왔던 사항의 많은 부분이 예방될 것이다. 앞으로 윤석열 정부가 국민소통, 국민통합, 통합정부를 지향하고 이를 실천하려면 이러한 손 쉬운 것부터 해야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집무실 #비서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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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부패방지위원회 및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개혁적 입장에서 새로운 정보 등 취득 및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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