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5년을 맞아 실종선원 가족들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종훈
마이크를 잡은 74세 노모는 한숨을 쉬고 또 쉬었다. 그리곤 이내 절규하듯 소리쳤다.
"5년 전에 대통령님이 제 손을 잡고 약속하지 않았나. 당선되면 조속히 해결해주겠다고. 그 약속 하나만 믿고 눈보라가 몰아쳐도, 장대비가 쏟아져도, 무쇠가 녹을 만큼 뜨거운 삼복더위에도 청와대 앞에 서서 버틴 거다. 늙고 힘 없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피켓을 들고 선 채 절규하는 것뿐이었으니 그런 거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허재용씨 모친인 이영문씨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5년째인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눈물을 훔치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늙은 어미가 얼마나 가슴 치며 애간장을 태웠을지 상상을 해보셨냐"면서 "오죽했으면 실종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제발 떠나기 전에 대통령의 권한으로 스텔라데이지호 2차 수색을 준비하라는 한 마디라도 해달라"라고 요청했다. 함께 선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가족들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 산재피해 희생자 가족들, 전국에서 올라온 여러 시민들도 이씨의 말을 듣고 함께 울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 31일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중 남대서양 공해상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배에 타고 있던 승선원 24명 중 22명(한국인 8명·필리핀인 14명)이 실종됐고 필리핀인 2명만 구조됐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는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민원 1호'로 접수됐다. 실종선원 가족들의 목숨 건 노력 끝에 2019년 2월 1차 심해수색이 이뤄졌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모두가 찾을 수 없다'고 말했던 유해 추정 흰색 뼈를 심해수색 일주일 만에 발견했지만 당시 정부와 계약한 심해수색업체는 '유해 수습이 과업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발견 유해를 두고 돌아왔다. 수색 현장에는 외교부를 비롯해 우리 정부 관계자가 단 한 명도 함께하지 않았다.
이후 실종 선원 가족들은 사고 원인 규명 및 유해수습을 위해 2차 심해수색 재개에 매달렸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로 모든 시도가 무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9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 규명과 실종자 유해 수습을 위한 추가 심해 수색이 필요하단 의견을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표명했지만 김 총리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기재부 핑계 대며 시간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