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pixabay
학교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지난 12년 간 초등학교 선생님이었으니까. 그런데 휴직에 들어간 지 1개월 만에 교실이 멀게 느껴졌다. 학교가 친절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역할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학부모의 입장이 되어보니 교사였던 시절에는 결코 관찰할 수 없었던 교문 밖 풍경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요즘 1학년 아이 하교 시간에 맞춰 교문으로 간다. 혹자는 뭐 하러 매번 데리러 가냐고 하시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 아이는 아직 휴대전화가 없다. 연락이 안 되면 곤란하다. 아이의 하교 이후 일정은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다. 주 1회 컴퓨터 수업이 있고, 월수금 세 번 미술학원에 간다.
수십 명이 넘는 학부모 사이에서 아이 미술 학원 선생님이 서계셨다. 나는 인사를 건넸다. 미술 학원 선생님도 1학년 학부모인가 보다 하고 짐작했다. 그러나 나중에 들어보니 학원에 다니는 원생을 데리러 왔다고 하셨다.
하교 직후 클래스가 인기 있는 이유가 있었다. 미술 학원뿐 아니라, 태권도장까지 픽업 서비스를 했다. 아마 내가 알아보지 못 해서 그렇지 다른 학원에서도 많이 왔을 것이다. 픽업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서비스여서 놀랐으나, 생각해보니 수긍이 갔다.
'돌봄'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는 학원
하교 후 아이를 데려 오려면 직장에 나가지 않는 보호자가 적어도 한 명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비중이 얼마나 되겠는가. 내가 담임을 할 때도 과반이 맞벌이 가정이었다. 운이 좋아 조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흔치는 않다. 결론적으로 맞벌이 가정은 부모의 퇴근 시간까지 자녀를 보호하고, 가르쳐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학원에서는 이러한 소비자 요구에 호응해 '하교 후 픽업'이라는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다. 나는 이 구조를 깨닫고서 감탄하고 말았다. 1학년 돌봄 교실은 경쟁이 치열하다. 희망자는 넘치고, 정원은 적다. 돌봄 탈락자가 대거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는 학교 주변에 왜 그렇게나 많은 공부방, 1:1 교육 업체가 성업 중인지 납득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 부부는 학원가를 지날 적마다 신기해했다. 훌륭한 공공 도서관이 도시 곳곳에 있는데, 도대체 누가 이 업체들을 먹여 살리냐고. 경쟁이 치열하니 운영이 어렵겠다는 걱정까지 들었다. 정말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시장 경제에 무지했던 나의 완벽한 오해였던 것이다.
학원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었다. 과거의 나는 학원을 입시 불안의 산물로만 여겼다.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학습 면에서 뒤처질까 봐 불안해서 보낸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론 입시 수요도 높다. 특히 시험 경쟁이 치열해지는 중, 고등 단계에서는 사교육비 지출이 커진다.
다만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입시 목적뿐 아니라 아이가 안전하게 머물 공간을 찾아 학원에 보내는 수요도 존재한다. 교육과 보육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입시가 절대적 기준이었다면 수학, 논술 학원 문 손잡이만 닳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초등 중학년까지는 피아노, 발레, 코딩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받으며 소질을 확인하고, 흥미를 테스트해보려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
1학년인 아이에게 물어보았더니 같은 반 친구들이 꽤 많은 학원에 다닌다고 했다. 나는 조심스레 너도 학원에 더 다니고 싶냐고 말을 꺼내보았다. 아이는 대번에 거절했다. 지금도 학교와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니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과도한 선행교육은 통상적인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지 않기에,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주 1회 방과 후 컴퓨터 수업처럼 아이가 원하는 공부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부모들이 아이를 더 자주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