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 윌 스미스의 아내를 거론하며 농담한 것에 분개, 윌 스미스가 무대에 올라 크리스 록을 폭행하는 초유의 방송 사고가 벌어졌다.
AFP연합뉴스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그렇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무대 위의 장면으로 강한 인상을 남겨 버렸다. 누군가는 윌 스미스의 행동이 '선을 넘어선 것'이라고 비난했고, 혹자는 크리스 록의 선 넘은 농담도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탈모증을 앓다 삭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제이다 핀킷의 외모를 농담의 소재로 삼은 것은 매우 부적절한 언사였으므로.
크리스 록의 농담은 분명 '조롱'의 여지가 충분히 있었다. 그의 농담으로 많은 사람들이 깔깔대며 웃고 있을 때,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녀 한 사람만은 웃지 못했고,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 순간 윌 스미스가 한 행동을 정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와 내 가족의 모욕에 대한 그의 '감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폭력'은 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의 무례한 언사와 행동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신사적이고 도덕적인 방법이 모든 상황에서 해결책이 되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이나 학교에서, 혹은 가정 내에서 묵과할 수만은 없는 일들을 겪는다.
'부당하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적절한 대처를 못해요.',
'억울한 일이었는데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히곤 해요.'
'부정적인 감정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법을 알고 싶어요.'
이 문제는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나 역시도 살아오면서 스스로에게 많이 던진 물음이다. 누군가 나를 공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사회적으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은 자아와 나약하거나 조롱당하는 사람이 되기 싫은 자아가 미묘하게 부딪친다.
얼마 전, 나는 좋은 의도로 한 어떤 일이 누군가의 시선에는 곱지 않게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들이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었고, 업무적인 부분에 있어 깎아내려지는 상황이었다. 그때 나는 나 자신을 스스로 변호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조용히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아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
결국 나는 가만히 있는 쪽을 선택했다. 진실은 결국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에 기대기로 했다. 싸우거나 변명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부당한 소문과 비난에 똑같은 크기의 소리를 내면, 그들과 똑같은 사람으로 추락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마음도 함께 있었다.
나의 선택은 올바른 것이었을까? 아주 안전하고 소극적인 대처였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나는 나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했고, 내 감정은 위로받지 못했다. 나는 그저 피가 나는 상처를 거즈로 덮어만 두고 곪을지도 모르지만 새 살이 나기를 바라는 확률에 기대었던 것뿐이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방법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내가 겪는 억울함에 대응하다 더 큰 상처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두려웠다.
아내를 향한 조롱에 주먹질로 응대를 한 윌 스미스도, 명백하게 부당한 비난을 시간의 흐름에만 맡긴 나도 모두 좋은 대처라고 하기는 어렵다. 감정이 개입되는 순간, 세련되고 힘 있는 대처를 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문정 작가의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방법>이라는 책에는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자꾸 참으면 내가 무기력해진다. 무례한 사람을 만난다면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나만의 대처법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피하지도 않고, 감정적으로 정색하지도 않고 무심하게 대응할 수 있는 나만의 문장을 갖고 있다는 작가의 조언은 꽤 유용하게 들린다. 책에 제시된 작가가 가진 두 개의 문장은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와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다.
키우고 싶은 내면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