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관련해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남소연
-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학계 등에선 이 제도가 비례성을 높이고 다당제를 안착시키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는 분석도 한다.
"그렇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가 다당제로 가는 아주 효과적인 제도라고 단언하긴 힘들다. 전세계적으로도 뿌리가 없는 제도라는 게 선거제도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반보' 전진은 된다고 본다. 지금 이 논의의 핵심은 결국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없애자는 거다. 여태까지 거대양당이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어떻게 이용했나. 4인 선거구를 어떻게든 2인 선거구로 쪼개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선 양당이 1석씩 나눠 갖고, 영남에선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2석씩, 호남에선 민주당 계열 정당이 2석씩 나눠 먹었다. 이게 지방선거 때마다 공고하게 반복돼 왔다.
그 결과가 뭔가. 기초의원이 사실상 각 당이 임명하는 자리로 전락해 버렸다. 양당에서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초의원들은 주민들이 아니라 공천권자만 바라보고 의정활동을 하게 된다. 민주주의가 아니다. 어차피 4년 뒤 그들을 다시 평가하는 건 지역의 유권자들이 아니라 소속 정당의 공천권자, 즉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비리나 부조리가 생긴다. 전과가 엄청나게 있다거나 문제가 많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국회의원에만 잘 보이면 공천 받고 100% 당선되니까.
그런데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폐지하고 3인 이상 중대선거구를 도입하면 이러한 기존의 양당 독식 구조에 균열이라도 낼 수 있다. 다당제로 한 번에 가면 좋겠지만,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선거제도를 다 뜯어 고치긴 어렵다. 그러니 이같은 '반보' 전진이라도 해 보자는 거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선 공약을 지킨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소란 떨 필요 없이 시·
도조례만으로도 바꿀 수 있어... 민주당이 이걸 모를까?"
- 국회에서의 법 개정이 요원하다면 이번 6.1 지방선거도 기초의원 2인 선거구를 유지한 채 치를 수밖에 없는 건가.
"아니다. 민주당이 정말로 의지가 있다면 굳이 지금처럼 소란 떨며 법 개정을 하지 않고도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2인 선거구를 없앨 수 있다. 법상 기초의원 선거구는 시·도조례로 정하는데(공직선거법 26조 2항), 민주당이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유례없이 압승을 거둬 대구·경북을 제외한 모든 시·도의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기초의회가 없는 제주·세종 제외). 국민의힘이 가져간 대구·경북을 뺀 나머지 지역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은 현 상태로도 기초의원 2인 선거구 없이 6.1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다."
- 그렇게 간단하게 풀릴 수 있는 문제였나.
"그렇다. 방법도 복잡할 게 하나도 없다. 현재 있는 기초의원 2인 선거구 두 개를 합치기만 하면 4인 선거구가 된다. 애당초 2인 선거구 중 상당수가 4인 선거구를 쪼갠 것들 아닌가. 절차도 쉽다. 시·도의회는 국회와 달리 철저히 다수결로 운영된다. 일례로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전 민주당이 지배하고 있던 서울시의회엔 4인 선거구 7개를 새로 만드는 내용의 원안이 제출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4인 선거구를 모두 2인 선거구로 쪼개는 내용의 수정안이 투표에 부쳐져 바로 통과돼 버렸다. 민주당이 기초의원 2인 선거구 폐지에 진정성이 있다면,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2인 선거구를 없애고 4인 선거구를 만드는 수정안을 올려 통과시키면 된다."
- 법 개정을 하지 않고도 2인 선거구 폐지를 할 수 있는데, 지금 민주당은 왜 국회에서의 법 통과에만 매달리는 건가.
"민주당이 이 방법을 모를까? 뻔히 알고도 의도적으로 얘기하지 않는 거다. 국회에서 법 통과가 어렵다는 계산이 섰을 것이고, 국민의힘이 합의를 안 해준다는 핑계만 대고 있는 거다. 왜 그러겠나. 거대 양당과 거기 속한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공천이 곧 당선'인 기초의원 공천권을 도저히 뺏기기 싫은 거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알량한 기득권 챙기기만 바쁜 거다. '밥그릇 싸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지방선거 후 1년, 정치개혁 분수령… 국회의원 선거제개혁·개헌으로 이어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