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3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 추모 사이렌이 울리는 도중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등 주요 내빈이 유족들을 지나쳐서 입장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지난 3일, 그런 제74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참석했다. 보수정당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최초로 참석한다는 사실이 이목을 끌었지만 결국 구설에 올랐다. 추념식 당일 오전 10시 제주 전역에 추념 사이렌이 울리는 사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및 김부겸 국무총리 등 주요 내빈이 묵념 중인 유족들을 지나쳐서 입장하는 모습이 제주의소리 등 지역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며 묵념하는 유족 및 추념식 참석자들 앞으로 윤 당선인과 김 총리가 의전을 받으며 지나치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즉각 '기본이 안 됐다'거나 '예를 갖추지 못했다', '의전 중독인가'란 비판이 고개를 들 만했다. 스태프들을 포함해 300명이 넘는 참석 인원이 묵념을 하는 와중에 윤 당선인과 김 총리, 의원들만이 예외였기 때문이다.
추념식 다음날인 지난 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김은혜 대변인은 이른바 '묵념 패싱' 논란에 대해 "행사장에 도착할 때 (윤 당선인과) 김부겸 총리가 유가족 대표 분들의 말씀을 들으며 입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늦은 것은 죄송한 일이지만, 유가족 대표분들의 말씀을 듣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해명했다(관련기사:
윤석열 4.3추념식 지각? "죄송, 유족들과 대화하다..." http://omn.kr/1y5qm).
이에 대해 5일 제주 MBC '라디오 제주시대'에 출연한 <제주투데이> 조수진 기자는 "이날 윤석열 당선인 빼고는 지각을 안 했거든요. 관계자에게 들어보니 전날에 인사들한테 연락이 갔대요. 주빈이 내일 추념식 참석하니까 도착할 때 나와서 인사하라고요"라며 "윤 당선인이 과연 그렇게 지시를 했는가는 사실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쪽(인수위)에서 그렇게 다 연락이 왔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조 기자가 확인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4.3 유족들이 다수 참석한 추념식 장에, 그것도 4.3 영령들에게 묵념하는 그 순간조차 국무총리를 위시해 내빈들에게 의전을 받고자 지시를 내린 인수위 측의 '의전 중독'을 어떻게 볼 것인가.
4.3 평화공원에서 유족의 얘기를 듣다 추념식에 늦었다는 해명 또한 부자연스럽긴 마찬가지다. 지난 2018년 4.3 제70주년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행사가 다 끝나고 따로 유족 대표를 만나는 성의를 보였다. 71주년 당시 이 전 총리도 엇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윤 당선인이 천명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유족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다면 얼마든지 방법이 있었다는 얘기다.
윤 당선인이 4.3 평화공원을 찾았던 희생자 추념일 당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도 제주 4.3 제74주년 서울 추념식이 개최됐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박주민 의원,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등 정치인들이 참석했고 추념사를 낭독했다. 지각은커녕 비판을 자처한 정치인은 그 누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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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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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서 인사하라고"... 윤석열 당선인, 꼭 이래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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