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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학생도 중간고사 보자' 인수위에, "학교 모르는 소리" 반발

'학교시험 개입'에 교육계 발끈... "아픈 학생 시험 공부시키는 게 인수위냐?"

등록 2022.04.11 17:31수정 2022.04.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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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10차 코로나비상대응특위'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10차 코로나비상대응특위'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인수위사진취재단
 
대통령직 인수위가 코로나19 확진학생에게도 중간고사 등 학교 시험을 대면으로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공식 표명했다. 이에 대해 시도 교육청과 교원들은 "전염병 걸려 아픈 학생을 시험 공부시키는 게 인수위의 할 일이냐", "퐁당퐁당 응시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퐁당퐁당' 응시도 우려

11일 오전 홍경희 인수위 부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교육부의 확진학생 내신시험 응시제한 방침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교육부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의 권익이 더 이상 침해 받지 않는 전향적인 대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홍 부대변인은 "교육부는 응시제한 이유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히고 있는데, 시험제한 조치를 유지해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리라면 앞으로도 확진자에 대한 응시제한 방침을 지속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고도 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번 주 중 학교를 방문해 확진학생들의 시험 응시와 관련한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확진학생의 중간고사 응시에 난색을 표명한 교육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8일 교육부는 "시도교육청과 비상 점검·지원단회의를 연 결과 현행 방역지침과 학교 현장의 여건 등을 고려할 때 확진 학생의 시험 응시는 어렵다"면서 그 이유로 다음 세 가지의 공정성 훼손과 역차별 문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그동안 본인은 물론 실거주 동거인 확진의 경우에도 평가응시를 제한해왔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학교마다 다른 별도 고사실의 환경 차이'이다. 나머지 세 번째는 '시험응시와 성적 인정점 간 유불리를 따져 선택적으로 응시하는 학생이 생길 경우'이다.


성적 인정점은 시험을 볼 수 없는 학생에게 당해 학년도에 치렀거나 치를 예정인 시험 점수를 준용해 과목별로 점수를 주는 제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시험 결시는 인정점수 비율이 100%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시도교육청 담당자들은 확진학생의 평가 응시를 허용할 경우, 확진학생이 시험 응시와 성적 인정점 간 유불리를 고려해 선택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우려했다"면서 "이에 따라 확진학생이 선택적으로 특정 과목에만 응시할 경우에 평가의 공정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시도 교육청 관계자는 "확진학생이 당 해년도 시험점수 100점을 이미 취득한 경우 그 과목에는 응시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이런 '퐁당퐁당' 응시 허용이야말로 커다란 불공정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또 "국정과제라는 중장기 국가방침을 정해야 하는 인수위가 학생 중간고사에 대해서까지 왈가왈부하니까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기지역 한 공립중학교 교장도 "아무리 시험점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전염병에 걸려 아파하는 학생에게 시험공부를 시키고 시험을 보도록 내모는 게 인수위가 할 일이냐"면서 "현실적으로 봐도 학교는 2~5일간에 걸쳐 치러지는 시험에서 확진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고사실과 시험감독을 배치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확진학생 응시 허용? 대중교통 이용 통학 문제는?

확진학생의 응시를 허용할 경우 통학 과정에서 지역사회 감염위험 또한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 조사 결과를 보면, 이번 중간고사만 해도 전국 5704개 중고교가 4월 11일부터 5월 13일까지 2~5일간 시험을 일제히 치른다. 교육부는 "확진학생에게 응시를 허용하게 되면 아무리 대중교통 이용 자제를 권고하더라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면서 "평일 보호자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 확진학생이 자동차 이동이 어려울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확진자에게도 응시를 허용했던 대입수학능력시험과 공무원 공채시험과도 차이가 있다. 이들 국가시험의 경우 응시일은 단 하루였다. 응시 장소 또한 엄중하게 통제된 지정시험장이거나 전담 병원이었으며, 대중교통 이용도 엄금한 바 있다.  
#인수위 #확진학생 중간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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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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