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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의총 끝 민주당의 선택은 '4월 내 검수완박'

6대범죄 수사권 경찰 이관, 장기적으로 한국형 FBI 기구 신설... "민생의 길도 있다" 당내 우려도

등록 2022.04.12 18:16수정 2022.04.1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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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3차 정책의원총회에서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발언을 위해 연단에 오르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기사 보강 : 12일 오후 8시 42분]

더불어민주당이 12일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법안의 4월 내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검찰에 남겨뒀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수사권까지 모두 없애 '윤석열 정부' 출범 전 수사·기소 분리를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법 시행 시기도 3개월만 유예하기로 했다. 시민사회는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재명 전 후보나 문재인 정부 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해 너무 졸속으로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4시간여 의원총회를 벌인 끝에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표결을 하지 않았고 만장일치로 추인했다"고 밝혔다. 오 대변인은 "자세한 입법 절차와 방법에 대해선 지도부에 위임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6대 범죄 수사권은 일단 경찰에 이관하고, 장기적으로는 '한국형 FBI' 같은 기구를 신설해 전담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비대화된 경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경찰의 범죄에 한해선 검찰의 수사권을 남겨두겠다고 설명했다. 오 대변인은 "경찰에 대한 견제, 감시, 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동시에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3개월 유예기간이 너무 짧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지적을 주신 의원들이 계셔서 그 부분은 추가적으로 논의하겠다"면서도 "경찰에 비공식으로 확인했을 때 3개월이면 충분하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검수완박과 관련해 청와대와 소통이 된 것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는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속전속결'했지만… "민생의 길도 있다" 당내서도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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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민주당에선 이날도 검수완박 법안 강행에 대한 이견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은 의총 모두발언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기도 힘들지만, 통과된다고 해도 지방선거에서 지고 신뢰를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라며 "검수완박을 질서 있게 철수하고, 민생 법안에 집중하는 길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정권교체를 코앞에 두고 추진하는 바람에 이재명 고문과 문재인 정부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해결해야 한다"고도 발언했다.


시민사회도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수완박 법안 강행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참여연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드러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형사 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라며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민변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라며 "방향이 옳고 명분이 있다고 해도 충분한 검토와 대안 마련 없이 진행되면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 달 전 '당론' 정치개혁은 미채택...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이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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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앞줄 오른쪽)과 박홍근 원내대표(앞줄 왼쪽)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그 외에도 민주당은 이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 등 언론개혁 법안 일부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담아 '언론 자유 침해' 비판을 받았던 언론중재법 재추진 여부는 당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오 대변인은 언론개혁 논의와 관련해 "기존에 본회의에 계류돼 있던 언론중재법에 대해선 좀 더 검토하고 당지도부 차원의 결정에 위임하기로 했다"라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방안은 독일식 모델을 변형한 안으로 공영방송운영위원회를 25명 정도로 구성해 미디어 전문성, 사회 각 분야 대표성을 확보하되 정치적 추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주당이 집권하는 동안엔 공영방송에 정치권 영향력을 줄이는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미루다가 정권이 교체되자 바꾸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포함된 정치개혁 추진은 유일하게 당론 채택이 불발됐다. 이날 의총에서 논의된 ▲정치개혁 ▲언론개혁 ▲검찰개혁 3개 안건 중 정치개혁만 성과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불과 한 달여 전, 대선 직전인 지난 2월 24일 기초의원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을 포함한 정치개혁안을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채택해 공약했었다. 이로써 민주당의 당시 공약과 달리 6.1 지방선거 때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더 불투명해졌다.
#민주당 #검찰 #검수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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