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교통전도(1910)일제 강좀 초기에 제작된 지도에서 이미 붉은 선으로 표시된 'X자 형' 철도 노선을 확인할 수 있다. 양 옆 여백에 당시 일제가 중요시 했던 도시 지도가 곁들여져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이를 발판으로 일제는 만주를 정벌한 만주국(1931) 수립과 대륙침략을 본격화한 중일전쟁(1937)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삼았다. 전라선(1937), 동해북부선(1937), 평원선(1941), 중앙선(1942), 경전선(1968) 등은 본격적인 자원 수탈을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건설된 철도다. 부수적으로 산업단지나 광산, 주요 도시를 잇는 지선(支線) 철도 노선은 강점 이후 계속해 진행하던 사업이었다.
초대형 철도조차장
일제는 아울러 철도를 이용한 거점 군사도시(기지)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 따라서 1930년대 중반부터 한반도에 적용한 도시계획 조류는 군사시설 위주의 '도시확장'과 확장된 도시에 '국가 통제' 개념이 결합한 기괴한 형태를 띠었다.
이는 파시즘적 군국주의와 천황을 신격화 하는 국수주의가 절묘하게 결합한 형태 다름 아니다. 일제는 대륙침탈 거점 마련이라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도시계획을 벗어나 군국주의적 지역·국토계획이 이때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에 적용되기 시작한다.
항구도시가 군사시설과 접목된다. 동남해안은 부산과 진해가, 서남해안은 순천과 목포였다. 서해안은 군산과 인천(부평), 진남포가 대상이었고, 동해안은 원산이 거점도시이자 군사도시로 변모한다.
공업화는 일본-조선-만주를 잇는 블록화였다. 조선과 만주를 일본 본토 공업에 종속적·보완적 체제로 묶어둔다. 북만주와 러시아를 향한 군사 침략 노선은 이른바 '북선(北鮮) 루트' 일환으로 한적하던 나진이 공업과 군사 목적의 신도시로 개발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모든 '대륙침략 병참 도시(기지)'를 잇는 교통수단이 바로 철도였다.
이런 침략성을 기성 도시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낸 시설이 초대형 철도 조차장(操車場, 철도역의 한 종류로, 화차 및 객차 등 철도차량의 입환과 조성을 위하여 별도로 설치한 장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