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낙인 전 우석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이영광
- 예전엔 시사 방송이 크게 문제 되지 않았나요?
"과거에는 방송위원회가 있었잖아요. 그때는 이 책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은 문제 있는 심의를 한 적이 없어요. 제대로 방송위원회가 돌아갔던 시절이고. 그리고 방통위 설치법이 만들어지면서 방송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나누어졌잖아요.
2008년 이명박 정권 때 제1기 방심위부터 6대 3 구조에서 방송의 공적 책무 구현보다는 방송 통제 형태의 심의가 시작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방송위원회 시절엔 이런 사례가 거의 없어요."
- 회의록을 다 읽어봐야 했을 텐데 어떠셨어요?
"심의하면서 중요한 내용 메모는 해놨는데, 다시 읽어보니 또 다른 맛이 나는 경우도 있고, 또 당시에 메모하지 않았던 것도 생각이 나는 경우도 있어서 책을 쓰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죠.
그 심각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면 안 되는데 그 당시의 상황이 기가 막혀서 처음 다시 읽을 때보다 두 번 세 번 읽으니까 자꾸 웃음이 나오는 거예요.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회의록을 읽어보니 자화자찬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치열하게 잘 싸웠단 생각도 들어요. 물론 표결하면 맨날 졌지만요."
- 총 8부로 나눠져 있던데 기준이 있을까요?
" 제1부는 방심위 소개하는 것이고요. 제2부는 이런 거죠. 검사가 피의자를 기소해서 재판에 넘기잖아요. 그러려면 죄목이 있어야 되죠. 방심위의 심의 과정도 비슷하거든요, 죄목이 있어야 검사가 기소하고 재판이 이루어지잖아요. 그러나 죄목이 없이 심의한 황당한 사례 2개를 모아 놓은 것이에요. 심의 절차가 진행되었는데도 방송심의규정 몇 조를 위반했는지를 밝히지 못해서 '의결 결과에 따름'이라고 해놓은 거죠."
-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요?
"의결 결과에 따른다는 건 뭐냐면 심의위원들이 위반 조항 찾아 의결한 것에 따라 죄목 정하겠다는 거죠. 재판 얘기로 하면, 심의해달라는 민원은 고소‧고발, 방심위 사무처 담당 부서가 심의 안건을 만드는 것은 검찰의 기소 행위, 심의위원들이 심의하는 과정은 재판정에서 판사가 하는 역할과 같은 것이죠.
그런데 죄목을 못 정해서 '의결 결과에 따름'이라고 하면, 판사가 연구해서 죄목을 정해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게 말이 되는 얘기예요? 제2부의 제2장과 제3장은 그런 황당한 심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죠."
"제일 욕을 많이 얻어먹은 심의는 <무한도전> '독도'편"
- 그 다음장은 뭐가 있나요?
"제3부는 방심위가 '제재조치 취소소송'에서 패배한 사례들을 설명하고 판결문을 첨부한 것이고요. 그러니까 이것은 법원이 '방심위 심의는 잘못됐으니 제재 조치를 취소'하라고 공식적으로 판단을 한 거예요.
제4부는 2012년 MBC 노조가 180일 동안 파업했던 그 시절 MBC의 <뉴스데스크> 보도와 관련된 것인데, '보도의 객관성‧공정성‧방송사유화'라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던 것으로 제가 '<뉴스데스크> 가짜 뉴스 3종 세트(?)'라고 이름을 붙여 모아놓은 거죠.
제5부는 당시의 대표적인 막장 방송이라 할 수 있는 사례들인데, '5·18 북한군 개입설' 방송과 그리고 제일 황당했던 '김대중이 김일성이 파견한 간첩이다'라고 채널A에 탈북자가 나와서 방송을 한 것을 묶어놓은 거죠. 특히 '김대중 간첩설'은 방송된 후 7개월 만에 심의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왔는데, 그동안 이런 내용이 방송되었다는 것을 심의위원회에서 아무도 몰랐어요."
- 왜 아무도 몰랐을까요?
"알 수가 없어요. 당시 그 시간대의 채널A 시청률이 1.2%로 조사됐어요. 그렇다면 이게 소문이라도 나야 돼요. 그런데 7개월 동안 전혀 안 나온 거예요. 방송한 후 2달 이내에 심의해 달라고 민원이 안 들어오면 끝난 거죠. 하지만 놀랍게도 7개월 후에 민원이 들어왔어요."
- 교수님은 그거 알고 어떠셨어요?
"너무 황당한 거예요. 두 가지죠. 아무도 몰랐다는 것에 놀랐는데, 7개월 만에 이것을 심의해달라고 민원이 들어온 거죠. 그래서 더 놀란 거예요. 그거 누가 갖고 있었던 거죠. 누가 갖고 있는데 아무도 심의 안 올리고 아무 소리도 안 나와요. 그러니까 심의를 넣은 거라고 생각을 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제8부는 그런 걸 묶어놓은 거예요."
- 드라마나 예능 심의는 안 했나요?
"시사 관련 사례들도 뺀 게 많거든요. 그러니 예능 쪽은 넣을 수가 없었죠. 하나 예를 들고 싶은 게 <무한도전>이죠. 머리말에도 그걸 썼는데 <무한도전> '독도'편 심의를 제2기 때 했어요. 그 심의는 정말 방심위가 생기고 나서 제일 욕을 많이 얻어먹은 심의일 거예요."
- 왜요?
"시사 관련 심의는 관심 있는 사람들만 알고 일반인들은 많이 알지 못했죠. 그런데 <무한도전>을 건드리면 전국의 <무한도전> 시청자들이 다 달라붙어요. <무한도전>이 간접 광고 위반으로 걸려서 심의한 게 있어요. 그때도 방심위 홈페이지에 난리가 났었죠. 근데 그 당시에는 많은 사람이 방통위와 방심위를 구별을 못해서 방심위 홈페이지에 와서 '방통위 XX들 죽여라!'라고 방통위 욕을 많이 했는데, <무한도전> '독도'편 심의할 때는 방통위와 방심위를 구별하더라고요."
"'심의 규정 몇조 위반이냐?'물었더니 '위반한 조항이 있을 겁니다'"
- 또 다른 거 있나요?
"웃기는 거 많죠. 방송 심의라는 건 방송된 내용에 대해 심의하는 거죠. 방송이 안 된 건 심의를 할 수 없어요. 방송한 내용 중에서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 있다면 객관성 위반이 되는 거고, 반대되는 의견이 있지만 함께 다루지 않았다면 공정성 위반이 되는 것인데, 방송에 안 나온 거로 심의한 적이 있어요."
- 어떻게 심의했나요?
"젊은 남녀 대학생이 각자 부모한테 하룻밤 자고 오는 학과 MT를 간다고 속이고, 둘이 여행을 가요. 그리고 모텔에 들어가요. 둘이 옷을 입은 채로 침대에 눕는 장면이 나와요. 15세 이상 등급 방송이니까 야한 장면이 나오는 게 아니었죠. 옷을 입고 침대에 눕는 장면이 나오고, 장면이 바뀌면서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장면인데 옷은 잠옷인가로 바뀌어 있었어요. 그거 이외에는 보여준 게 없어요. 그런데 재밌는 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고 해서 제재해요."
- 회의록 보니 대부분 여권 추천이냐 야당 추천이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것 같던데, 그럴 거면 여야 추천 2명이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맞아요. 심의위원 9명을 둔 이유는 다양한 의견 가진 사람들이 심의하라는 것이잖아요. 그런데 특히 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을 심의할 때는 딱 둘로 갈라져요. 그러니까 한 명씩만 있어도 돼요. 그런데 두 명이 있으면 안 되겠죠. 표결해서 어느 한 쪽이 이겨야 되잖아요. 재밌는 게 우리 야당 추천위원은 셋이 다 발언해요. 근데 여권 추천위원 6명은 다 발언을 안 해요."
- 책에 나온 그런 부분만 여야로 갈리는지 아니면 모든 부분에서 갈리나요?
"95% 이상이 그렇게 갈리는 거예요. 연예 오락도 아까 얘기한 것처럼 보수 진보로 갈리지만 그래도 그거는 합의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얘기를 하다 보면 합의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시사‧교양 쪽은 합의가 거의 안 되는 부분이죠."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당 추천을 안 하면 돼요. 나는 방법은 모르겠고 예를 들면 시민이 추천한다는 방안을 내는 분들도 있죠."
- 책 제목이 막장 심의잖아요. 책에 소개된 사례 중 최고의 막장 심의를 꼽는다면 뭔가요?
"내가 판단할 때 가장 심한 건 '정율성'편 심의였죠. 앞에서 '의결 결과에 따름'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했는데, 이 프로그램 심의할 때 방심위 사무처가 이 프로그램이 위반한 심의 규정을 '의결 결과에 따름'이라고 했죠. 그래서 야당 추천 위원들이 그걸 따져요. '심의 규정 몇 조 위반이냐? 이걸 좀 밝혀 달라'고 해도 설명을 못 해요.
민원이 들어온 지 2달이나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위원장이라는 분이 검사 출신인데 답변을 제대로 못 해요. 부위원장이라는 분은 방송소위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데 '심의 규정 몇조 위반이냐?'라고 물었더니 '위반한 조항이 있을 겁니다'라고 해요. 이게 코미디도 아니고 말이 되는 얘기예요?"
"방송 수난 시절, 공적 책임 다하기 위해서 헌신했던 방송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