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4월 5일 가우디 광장 연못을 배경으로 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모습
임명옥
사그라다 파밀리아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내 눈 앞에는 거대하고 장엄하고 눈으로 봐도 믿기지 않는 피사체가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돌이라는 자연의 재료로 인간과 역사와 신의 이야기를 섬세한 웅장함으로, 정성을 다한 거룩함으로 표현해 냈다. 그래서 그런지 140여 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지금도 공사 중인 성당을 보는 순간 나는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김희곤 저 <스페인은 가우디다>라는 책에 의하면, 건축가 가우디는 31살에 이 성당 공사 감독직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책임자로서 가우디는 1891년 성 요셉 영성회 회원들에게 버섯 모양의 탑들이 하늘을 항해 삐죽삐죽 솟아 있는 스케치 한 장을 들고, 성당의 구조와 평면 구성, 외벽면 장식, 지붕의 탑에 이르기까지 사진을 보고 말하듯 자세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그는 전에 건축 설계를 맡았던 비야르의 고딕 양식 도면을 해체했다. 가우디는 동, 서, 남 각각의 정문에 다른 성당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양식과 디자인으로 설계된 4개의 탑을 세웠다. 이는 예수님의 제자 12사도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1926년 가우디가 사망하기 전까지 전력을 다해 만들어 낸 동쪽의 예수님 탄생 파사드, 가우디 사후 수비라치가 서쪽 편에 만든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있는 수난의 파사드, 그리고 지금도 공사 중이어서 폐쇄되어 있는 남쪽의 영광 파사드까지 성당을 전체적으로 보기 위해 멀리서 한 바퀴 돌았다.
성당 옆에는 가우디 광장이 조성되어 있는데 연못을 배경으로 물에 비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동쪽 파사드는 매우 아름답다. 그래서 연못 주변에는 사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 4남매도 그들 사이에 끼어 사진으로 인생 샷을 남겼다.
성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예매를 해야 한다. 입장료는 우리 돈으로 3만5000원 정도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을 만큼 인류가 보존해야 할 가치 있는 건축물일 뿐만 아니라 입장료가 성당 공사 비용으로 쓰인다고 하니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11시 30분으로 예약한 우리는 코로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길게 줄 서 있는 인파에 놀랐는데 다행히 오래 기다리진 않고 입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