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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옷에 '소금꽃'이 피는, 여긴 쿠팡입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행진 연속 기고] 로켓배송보다 사람이 먼저... 30일, 인수위로 간다

등록 2022.04.29 10:32수정 2022.04.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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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불평등이 심각하다.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말은 무성하지만 20대 대선에서 노동자들은 배제되거나 혐오의 대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운동 기간 주 120시간, 최저임금 한시적 유보,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이라며 노동에 대한 혐오를 드러냈다. 노동에 대한 혐오로는 한국사회 불평등을 해소할 수 없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비정규 노동자들은 3월 19일부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간 동안 매주 토요일 전태일 다리부터 인수위까지 비정규직 철폐, 차별 철폐를 요구하며 행진한다. 이들은 국가가 책임지고 ‘좋은 일자리’를 확대해야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린 고착된 불평등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정부를 사용자로 공공부분에서 국민을 위해 노동하지만 여전히 일터에서 차별받고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힌 비정규직 현장의 목소리를 싣는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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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2월 23일 서울 송파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사망한 노아무개씨의 가족도 참여해 쿠팡을 규탄했다. ⓒ 김종훈

 
4월 30일, 우리의 요구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에 전달하기 위하여 쿠팡물류센터지회, 쿠팡지부, 라이더 유니온 종로 통인동으로 향한다. 지난해 11월 노동자대회 이후 두 번째로 함께하는 집회다.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이들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바로 '쿠팡'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쿠팡은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자기  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문 앞에 배송되고 클릭 한 번이면 먹고 싶은 음식이 배달된다. 쿠팡은 물류, 음식배달에 더해 이제는 OTT시장까지 진출했다. 모두가 쿠팡을 보고 혁신이라고 얘기하지만 그 이면에는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물류/배달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일하고 있는 쿠팡 물류센터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왔다. 사방에 봄꽃이 만연하고 따스한 햇살과 싱그러운 봄바람이 절로 기분을 좋게 만든다. 하지만 냉난방 장치 하나 없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곧 다가올 여름이 두렵기만 하다. 더위를 먹을까봐 식염포도당을 섭취하며 일하고 땀에 찌들다 못해 옷에 소금꽃이 피는 곳 쿠팡 물류센터의 여름이다.

휴게시간은 식사시간 50분을 제외하고 20분밖에 없다. 센터에 따라 그마저도 없는 곳들도 있다. 모든 노동자들이 로켓배송을 위한 마감시간에 쫒겨가며 일하고 있다. 여름에는 더위, 겨울에는 추위와 함께하고 고강도의 노동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쿠팡물류센터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지난 2월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한 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월에 이어 또다시 반복된 노동자 사망사고다.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기에 매년 반복되는 사망사고가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죽음의 현장 쿠팡 물류센터를 바꿔야만 한다. 냉난방 장치 설치로 더 이상 더위와 추위에 고통 받지 않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유급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적정한 인력배치를 통하여 노동강도 또한 낮춰야 한다. 노동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야한다. 

하지만 그 벽이 만만치 않다. 작년 8월 부터 이미 열 차례 넘게 교섭을 진행했음에도 기본협약 체결 외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그리고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또다시 죽을 수 없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우리는 거리로 나선다. 쿠팡의 혁신 뒤에 가려진 이면을 이제는 더 이상 외면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하여 인수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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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가 2월 23일 서울 송파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지난 11일 사망한 노아무개씨의 가족도 참여해 쿠팡을 규탄했다. ⓒ 김종훈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들을 방기한다면 이러한 사망사고들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차기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아래는 작년 6월 노조 설립과 함께 요구해왔던 쿠팡물류센터지회 5대 요구안이다.

1) 잘 쉴 권리! 적정인력 확보(확실하게! 쉴 땐 쉬자! 유급휴게시간&휴게공간 보장!)
2) 하루를 일해도 존중받는 일터(우리는 로켓이 아닌, 사람입니다. 노동자인권존중! 직장갑질 근절!)
3) 사람중심 노동환경 건강일터(더울 땐 시원하게! 추울 땐 따뜻하게! 노동자가 건강하고 안전한 일터!)
4) 안정적인 고용 보장받는 일터(노동자 삶 쪼개는 쪼개기 계약No! 하루를 일해도 질 좋은 자리!)
5) 노동자가 살맛나는 임금보장(생활임금 보장! 기본급 인상! 모든 노동자가 살맛나는 일터!)



로켓배송보다 사람이 먼저다. 코로나19를 겪으며 필수노동이 되어버린 물류/배달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 죽음의 현장인 쿠팡 물류센터를 바꿔야 한다. 노동자들이 더 이상 추위와 더위에 걱정하지 않고 맘 편히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절실하다.

사람 잡아먹는 로켓배송이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되는 일터로 바뀌어야 한다. 그 책임은 쿠팡 자본과 정부에 있다. 차기 정부에 요구한다. "로켓배송보다 사람이 먼저다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라!" 4월 30일, 이 구호를 외치기 위해 우리는 거리로 나선다. 그리고 윤석열 당선인에게 우리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하여 인수위로 간다.
#공공운수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 행진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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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 동탄센터분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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