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책표지
오마이북
이 책은 '시민기자와 함께 성장한 19년 차 편집기자의 읽고 쓰는 삶'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저자는 그야말로 아이가 태어나 성년이 될 긴 시간을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로서 일한 최은경 작가다. 그러니 시민기자에 국한할 것 없이, 공적인 글을 쓰는 데 갖춰야 할 덕목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참 요긴한 책이다.
에세이와 기사의 차이 역시 명쾌하게 정의되어 있다.
""이 글을 독자가 왜 읽어야 하지?"
에세이가 기사가 되려면 이 질문에 글쓴이 스스로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과 기사를 목적으로 쓰는 글은 달라야 한다. 내가 쓰고 싶어서 쓴 이 글을 독자들이 왜 읽어야 하는지, 독자들도 궁금해할 만한 내용인지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145)
채택되지 못했던 내 글 역시 이것으로 설명된다. 내 글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데는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충분히 참고가 될 만하다. 그렇다면 채택되지 않는 글을 쓰면 실패한 것일까? 나는 결코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저자 역시 글쓰기의 의미를 짚는 것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이 꽤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글쓰기는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를 동반하기 때문에 글쓰기 이전의 나와 글쓰기 이후의 나는 다를 수밖에 없다. (...) 씀으로써 현재의 나, 미래의 나가 모두 달라진다. 쓰지 않으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196)
글쓰기 전후의 내가 다르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사족을 붙이자면, 난 약간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나는 글을 쓰면서 내가 얼마나 편협하고 시시한 인간인지 깨닫는다. 그럴수록 자존감이 낮아지냐 하면, 천만의 말씀. 오히려 모난 곳을 정확히 바라보며 다듬게 되고 발전의 여지가 있는 내가 사랑스러워진다.
또, 내 곁의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이런 내 곁에 있어줘서. 그래서 글쓰기는 혼자 하는 작업이지만, 나에겐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니 더 많은 사람이 썼으면 좋겠다.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해도,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작업이니까. 이게 행복이 아니고 무엇인가.
특히 <오마이뉴스>에 글을 기고하면, 내 글을 나 못지 않게 성심성의껏 읽어줄 편집기자를 만나게 된다는 것을 덧붙인다. 나조차 내 글보다 남의 글이 좋아 쓰기보다 읽기를 탐하는데, 이 무슨 횡재란 말인가. 심지어 그의 손을 거친 내 글은 한걸음 더 나아가 있어 날 성장하게 한다.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어떤 글이든 의미있다고 본다. 심지어 아무렇게나 휘갈긴 메모라 해도. 그러나 이왕 쓰는 거 많이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이 책을 참고할 것을 권한다. 편집기자가 하는 일을 엿보는 것을 넘어 공적인 글쓰기를 만나게 되고 결국, 글을 쓰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 시민기자와 함께 성장한 19년 차 편집기자의 읽고 쓰는 삶
최은경 (지은이),
오마이북,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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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쓰지 않고는 못 배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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