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진 지금, 봄 숲에서 만나는 야생화

등록 2022.04.28 14:31수정 2022.04.2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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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던 벚꽃이 졌다. 봄이 사라져 가는 느낌마저 든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넓히면 벚꽃이 지는 그 자리에 또 다른 봄이 찾아온다. 숲에서 만나는 봄은 다채롭다. 멀리서도 보이는 진분홍 진달래는 언제 봐도 반갑다. 그 밑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형형색색 봄꽃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물론 봄꽃의 아름다움은 인간에게 아름답게 보이기 위함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꽃이 왜 이렇게 예쁘게 피었을까?"라고 물으면 아이들의 대답은 한결같다. "우리한테 예쁘게 보이려구요." 하지만 아니다. 꽃가루받이를 위해 벌과 나비를 불러들이기 위해서다. 어떤 목적이면 어떠랴. 함께 그 아름다움을 즐기면 되지 않겠는가. 오늘은 우리 주변 숲에서 최근 만났던 봄꽃들을 소개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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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시민신문

 
숲의 초입, 아직 자동차가 들어갈 수 있는 길가에 일반적인 제비꽃보다 조금 더 큰 제비꽃 종류가 보였다. 처음에 나올 때 잎 밑 부분 가장자리가 안쪽으로 말려 있는 모습이 고깔처럼 생겨서 고깔제비꽃이라고 불린다.

사실은 고깔제비꽃의 잎만 이런 것이 아니라 대다수 제비꽃이 그런데 말이다. 고깔제비꽃의 보라색은 언제 봐도 우아하다. 다 표현해 내지 못하는 내 사진실력이 항상 아쉽다.

두 번째 발길이 머문 곳은 양지바른 공터였다. 또 다른 제비꽃이 피었다. 호제비꽃이다. 정확한 이름의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중국(胡)의 제비꽃이라 호제비꽃으로 불린다고 유추할 수 있다. 그 옆에는 꽃마리가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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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시민신문

 
꽃차례가 돌돌 말려 있어 이름이 꽃마리이다. 막 피어난 꽃은 연한 하늘색에 가운데가 노랗다. 꽃가루받이가 끝나면 노랗던 가운데 부분이 흰색으로 바뀌지만 꽃은 계속 피어 곤충들의 유인을 돕는다. 고개를 살짝 돌린 곳에 열매가 황새의 가느다란 다리 같은 황새냉이가 하얀 꽃을 소복이 피우고 있었다.

묘지로 자리를 옮겼다. 할미꽃들이 지천이다. 열매가 흰 깃털로 덮여 있는 것이 할머니의 머리카락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옆에는 앙증맞고 귀여운 구슬붕이 하나가 곱게 피어 있었다.

양지바른 곳에 어김없이 피어 있는 노란 양지꽃도 기세 좋게 자리 잡아 노란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곳에도 어김없이 제비꽃들이 피어 있었다. 하얀색 제비꽃도 보였다. 흰젖제비꽃이다. 흰 젖처럼 유백색의 꽃을 피워 붙여진 이름이다.
 
a  호제비꽃

호제비꽃 ⓒ 용인시민신문

 
숲길을 따라 더 걸어갔더니 노란색 붓꽃도 보였다. 꽃이 분명 노란색인데 황금색으로 보였단다. 이름이 멋지다. 금붓꽃이다. 앵초를 찾고 싶었다. 습기가 많은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반가운 분홍색 앵초가 올해도 어김없이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본 동화책 중 그림이 참 예뻤던 동화책 주인공이 앵초여서 그런가 유달리 반가운 꽃이다. 꽃이 벚꽃처럼 보인다 해서 앵초(櫻草)라 불린다.


가까운 산에도 이리 봄이 아름답게 찾아왔다. 햇살은 따사롭고 공기는 달콤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도 이제 마스크를 빼면 다 사라졌다. 봄이 그리 길지 않다. 찰나의 봄을 맘껏 느끼러 주말에 꼭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 보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활동가입니다.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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