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조직실장. 어린 자녀에 이어 부부도 확진되어 14일간 어떠한 지원도 없이 집에서 방치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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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역사는 선별의 역사다. 국가는 살릴 생명과 그렇지 않아도 될 생명을 선별했고, 의료는 그 선별의 도구였다. 시장의 권력이 커지면서 이제 의료는 돈이 되는 생명과 그렇지 않는 생명을 선별한다. 국가는 단종, 산전검사, 낙태시술 등으로 장애인의 재생산에 개입해왔고, 시설은 약물 중심의 화학적 구속으로 장애인을 통제해왔다. 모든 장애인 의료 정책의 중심에는 장애의 예방과 제거, 혹은 재활만이 있었다. 장애인의 삶의 질은 항상 경제의 논리 앞에서 포기되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제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전장연은 이번 지방선거를 맞아 장애인 보건의료정책 네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1. 중진료권에 따른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구강진료센터 설치
현재 권역별로 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설치되고 있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지역별로 장애인의 보건의료 및 복지 요구도를 확인하고, 맞춤형 보건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연계하는 장애인 건강권법의 장애인 보건의료전달체계 내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허나,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필수의료를 공급하기에도 급급하며, 지역의 의료자원을 발굴하고 장애친화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관계망을 엮어낼 역량이 너무나 부족하다. 이에 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중진료권 단위로 공공병원부터 우선 지정해나가야 하며, 권역별 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지역별 장애인보건의료센터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장애인구강진료센터도 마찬가지다.
2. 공공병원의 장애친화 건강검진센터 의무 지정 및 편의시설 설치 비의무 대상 의료기관 장애인편의시설 설치비 지원사업 신설
병·의원의 접근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어야 한다. 편의시설 설치 비의무대상인 의원의 경우 2018년도 기준 설치율이 6.3%에 불과하다. 모든 곳이 의무 대상인 병원의 설치율도 83.6%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의료기관 편의시설 지원 제도는 장애친화 건강검진사업이 유일하다. 적어도 공공의료기관은 장애친화 건강검진기관으로 지정하여 편의시설과 장애맞춤형 검진기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비의무 대상인 의원을 대상으로도 장애인편의시설 설치비 지원사업을 진행해 편의시설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미 몇몇 지자체에서는 비의무 대상 시설에 대한 편의시설 설치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3. 장애인진료 활성화를 위한 공공의원 설립
장애인주치의사업의 실패는 시장 원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민간의료에서 장애인 건강권은 보장될 수 없음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우리는 이제 일차의료에서 국가의 책임과 역할을 이야기할 때가 왔다. 세종시가 직접 설치한 세종시립의원, 기초자치단체에서 설치한 성동재활의원 등의 사례들이 있다. 공공의원은 장애인만이 아닌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받지 못하는 수많은 취약계층도 함께 이용하는 의료 기반이 될 것이다.
4. 중앙·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민주적인 거버넌스 구축
현재 장애인은 그 어떤 보건의료 거버넌스에도 참여할 수 없다. 건강보험에 대한 정책은 물론,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의료사업에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경우, 설치부터 운영까지 지역 장애인단체, 장애 당사자 등의 참여를 통해 운영에 관한 사항들을 논의해나가야 한다. 전국 최초 주민발의 조례로 만들어진 성남시의료원의 시민위원회 사례가 있다. 이런 거버넌스의 경험을 토대로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결정해나가야 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건강권위원회의 구호는 "건강해야 평등하다"다. 이때 '건강'은 고정된 상태를 일컫는 말이 아니다. 지금의 '건강'은 체력 혹은 정상과 같은 단어로 쓰인다. 이 '건강'은 생산성을 원하는 국가권력과 질병을 병리화해온 의료권력에 의해 규정된 개념이다. 전장연은 항상 개념과 기준 자체를 바꾸는 투쟁을 해왔다. 건강에 대한 개념도 당사자적 입장에서 다시 해석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강의 기준을 다시 당사자에게 되찾아오는 과정이 바로 건강권이다. 지금까지는 이 기준 자체를 의료공급자 중심의 의료권력에 박탈당해왔다. 이제는 이 의료권력으로부터 우리의 기준을 되찾을 때다. 공급자 중심의 의료체계가 박탈해온 역량이 필요한 이에게 맞추어 제공될 수 있도록 기준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기존의 보건의료운동은 "평등해야 건강하다"는 취지에서 사회구조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힘써왔다. 생물학적 요인보다 사회적 결정 요인이 건강에 더 큰 영향을 주며, 의료 자체도 사회적인 것이라는 것이다. 그 주장에 동의한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여기에는 이 사회적 결정 요인을 그럼 누가,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빠져있다. 보건의료계는 지금까지 당사자성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왔다. 전문가들은 당사자들이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환자 입장만을 우선한다며 가르쳐왔다. 하지만 막상 당사자가 겪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건강권위원회는 "건강해야 평등하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구호는 건강의 문제를 겪는 당사자가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자기 관리를 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건강을 결정짓는 요인들이 평등한 것을 넘어 당사자가 스스로 건강을 해석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선택할 수 있어야 비로소 평등한 사회라는 뜻이다. 이번 지방선거 대응 연대체는 의료취약계층으로 여겨져 온 이들이 지녀야 할 역량을 박탈해온 의료권력에 저항하고 의료권력의 기준을 바꾸는 투쟁에 나서는 그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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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제 그 '일상'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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