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협의회 한정화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는 베를린 미테구 소속 사민당 시의원 고테
Korea Verband
3월 9일엔 미테구 지역의회에 속한 시의원이 동네를 산책하는 프로그램이 구청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산책 경로에는 소녀상이 포함되어 있었고 한 대표에게는 소녀상에 대해 짧게 발언할 기회가 주어졌다. 사민당 소속이지만 미테구청장 폰 다쎌과 함께 소녀상 철거를 지지했던 고테(Ephraim Gothe) 의원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된 채로 한 대표의 설명을 들었다. 소녀상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일까? 이어진 시의원의 발언 때 그는 앞으로는 소녀상 영구 보존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달려와준 이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KV는 하루도 쉬지 않고 소녀상 일에만 매달리느라 재정이 열악해질 대로 열악해졌다. 다른 여느 집회보다도 많은 시민들이 소녀상 집회에 달려와 주었고, 심지어 국내에서도 소녀상 보존을 위한 성금이 들어왔지만 누군가는 일을 진두지휘해야 했고, 현장에서의 다양한 활동들을 누군가는 세밀하게 지원을 해야 했다.
초반에는 언론사와 기자들이 밤낮으로 인터뷰 의뢰를 해오는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전세계의 학생, 대학생, 연구자들이 던지는 빗발치는 질문에 대답을 하는 일에도 어마어마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됐다. 미테구청장, 구의회 의원들에게 이메일 한 통을 쓰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한정화 대표는 소녀상 외의 다른 단체 사업을 돌볼 시간도, 여력도 없게 되었다. KV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선발된 사업을 계속 진행시키지 못해 지원금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는 KV 창립 이래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안 그래도 힘든 상황에 코로나 팬데믹은 수년 동안 연속적으로 진행해온 사업들마저 줄줄이 취소시켰다. KV는 프로젝트 공모에 선출된 재정으로 운영되는 단체인데 이와 같은 상황은 매우 치명적이었다.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 문도 닫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소녀상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계속)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독일 베를린에 있는 독/한 시민단체, Korea Verband <코리아협의회>에서 함께 사용하는 아이디입니다. '다름과 존중이 만들어내는 제3의 공간' 코리아협의회의 활동 소식을 공유합니다.
공유하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베를린 소녀상 싸움, 그러나...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