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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후보, 법조 브로커와 뭐가 다른가

[역사로 보는 오늘의 이슈] 한덕수 총리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한 일

등록 2022.05.05 18:34수정 2022.05.0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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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두 차례에 걸쳐 4년 4개월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역임하고 18억 원 이상의 고문료를 받은 일에 대해 비교적 당당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3일 국회 인사청문회 때도 자신이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한덕수 후보자는 행정고시 합격 뒤 경제기획원·특허청·외교통상부 관료를 거쳐 2007년에 총리가 됐다.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한미FTA 체결지원위원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도 역임했다.

비슷한 이력을 쌓은 전직 관료들이 변호사 자격증 없이 법률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되면, 일종의 법조 중개인으로 분류되기 쉽다. 변호사 사무장 명함을 들고 법원이나 경찰서 또는 검찰청 주변에서 사건을 따내는 사람들이 좁은 의미의 '법조 브로커'로 불리고 있다면, 변호사 자격이 없거나 해당 사건의 변호인이 아닌데도 사건에 개입하는 사람들은 넓은 의미의 법조 브로커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

법조계 문제점을 파헤친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불멸의 신성가족>은 "브로커라는 직업은 따로 없습니다"라며 "직업이라기보다는, 사건을 소개할 경우 소개비로 수임료의 30퍼센트를 나눠먹는 관행이 브로커의 실체입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사무장에서, 법원과 검찰의 전·현직 공무원과 경찰·법무사·세무사·관세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라고 설명한다.

경제 관료 출신들의 '유용성' 

김앤장 고문이 된 전직 관료들은 사건을 따내지 않더라도 사건 해결에 결정적 기여를 하는 일이 많다. 한 후보자처럼 재무나 경제 부처에서 오래 근무한 고문들은 축적된 인맥이나 정보를 활용해 고객의 승소 가능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이들 역시 일종의 전관예우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이들이 꼭 고문 타이틀로만 일하는 것은 아니다. 위 책은 "이들에게는 퇴직 전 정부에서의 직위에 따라 고문·전문위원·실장 등의 직책이 주어집니다"라며 "김앤장에 소속된 고문들이 몇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런 다음, "김앤장에 있다가 다시 공직에 진출하기도 하며, 그랬다가 다시 고문으로 돌아오기도 합니다"라는 말로 회전문 인사의 실태를 언급한다.


위 책은 판사 출신인 권용준 변호사의 제보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그는 김앤장의 경우 행정부나 입법부하고 관련된 일도 많이 하는데 그런 일의 경우 돈 단위도 동그라미 두 개 정도는 더 붙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라고 하면서 아래의 예를 소개한다.
 
예컨대, 재경 쪽의 예규 하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대기업의 이익이 몇백 억씩 왔다 갔다 하는데, 그런 경우에 유리한 해석을 얻는 조건으로 몇 십억을 줄 수도 있다는 추측입니다.
 
대기업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법률이나 예규 등을 근거로 고객을 변호한다. 행정부 고위 관리를 역임한 로펌 고문은 그런 규범의 해석을 유리하게 바꾸는 방법으로 고객을 도울 수 있다. 행정부 인맥을 활용해 유리한 해석을 받아낸다면, 변호인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조력을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

김앤장은 오래전부터 그런 경제 관료 출신들의 유용성에 주목했다. 1990년대 언론보도에서는 전직 관료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는 김앤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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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김앤장 사무실 로비. 2018.12.3 ⓒ 연합뉴스

 
1999년 11월 8일 자 <매일경제> 기사인 '로펌 경제전문가 영입 경쟁'은 "로펌(법률회사)들이 비(非) 법조인들 출신 경제 전문가를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다"라며 "로펌의 영입 대상은 은행장을 지낸 거물급에서부터 경제 부처 실무자까지 다양하다"라고 소개한다.

이 기사에 열거된 전직 관료 출신의 김앤장 고문들 중에는 국세청장, 특허청 국장, 지방국세청장, 금융감독위원회 과장, 재정경제부 및 국세청 서기가 포함됐다. 김앤장을 포함한 일부 로펌들이 이들을 영입하는 이유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로펌들이 정보 수집과 함께 로비 목적으로 관료 출신 경제 전문가를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라고 기사는 덧붙였다.

한덕수 후보자는 경제 관련 부처에서도 일하고 한미 FTA 관련으로도 일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일했다. 그가 제1차로 김앤장 고문에 취임한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의 기간이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김앤장에 자문료 200만 달러를 송금한 기간과 거의 겹친다는 보도가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론스타가 자문료를 보낸 기간은 2002년 11월부터 2003년 10월까지다. 외환은행 먹튀 논란을 낳은 론스타가 김앤장과 밀접했던 시기에 한 후보자가 고문으로 재직했던 것이다.

한 후보자는 "사적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관여한 바 없으며, 공무원들에게 부탁하거나 의견을 전달한 적도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경제부총리 시절의 한덕수 후보자는 감사원의 론스타 특별감사가 진행 중이던 2006년에 "론스타의 투자가 없었다면 외환은행은 파산 상태로 갔을 것"이라며 론스타를 옹호한 일이 있다.

위 <매일경제> 기사가 김앤장 이외의 로펌에 영입됐다고 보도한 인물들 중에는 한덕수 후보자의 프로필을 연상케 하는 전직 관료가 포함돼 있다.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산업자원부에 근무한 이 전직 관료는 유럽공동체(EC), 세계무역기구(WTO), OECD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했다.

법무법인 한미가 이 관리를 영입한 것은 그가 외국인 고객 업무에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에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위 기사는 "(그는) 이 같은 경험을 살려 한미에서 통상 부문과 외국인 투자와 관련한 부문을 맡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저들은 우리와 뭐가 다른가?

변호사 사무장 명함을 갖고 다니며 사건을 따내는 법조 중개인들은 변호사법에 위반될 위험성을 안고 살아간다. 변호사법은 법원이나 수사기관 공무원이 대가를 받지 않고 사건을 소개해도 예외 없이 처벌한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법률사건에 개입하는 것을 변호사법은 철저히 차단한다.

법조 중개인들이 김앤장 고문들을 보면서 떠올리는 것이 있다. '저들은 우리와 뭐가 다른가?'라는 의문이다.

<불멸의 신성가족>에 따르면, 사법시험을 준비하다가 변호사 사무실에 취직해 20년 가까이 근무한 한동근씨는 "대형 로펌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쓰지 않고 장관 출신 뭐 그런 분들을 쓰잖아요"라면서 "장관도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사건 유치하면 그냥 우리하고 똑같은 거 아닙니까?"라고 한 뒤 "고문으로 앉아 있을 뿐이지 똑같은 거죠"라고 강조한다.

'뭐가 다른가?'라는 의문뿐 아니라 '대우는 왜 다른가?'라는 의문도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근씨는 "거기는 공식적으로 이제 뭐 고문이라는 이름 달고 엄청난 돈을 차지해가는 거구요"라며 "예를 들어 가지고 중앙 경제부처, 국세청, 감사원 같은 데서 근무하시던 분이 거기서 계시는데, 거기 있는 일들이 상품화되지 않으면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라고 말한다. 전직 관료 출신 고문들이 자신의 경험을 상품화하고 있으며 이들이 엄청난 돈을 받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전적 대가뿐 아니라 법적 대우가 다른 것도 의문의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위 책은 김상구 변호사의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중형 로펌의 대표변호사로 법조 경력이 20년이 넘은 김상구씨는 사건 물어오고 정보 물어오고 하는 것은 똑같은데 왜 다방에 앉아서 연결해주는 브로커는 처벌하고 대형 로펌의 고문들은 그냥 놓아두는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이처럼 로펌 고문으로 취직한 전직 관료들은 변호사법에 위반될 소지가 클 뿐 아니라, 행정부 인맥을 활용해 대기업에 유리한 예규 해석을 유도하거나 각종 로비를 벌이는 등의 부조리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전직 관료가 로펌 고문으로 취직하는 것은 주의를 요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최대 로펌에서 4년 4개월 일하고 18억 원 이상을 받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김앤장 근무 경력에 대해 비교적 당당함을 유지하는 것은 법조계 현실과 괴리된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한덕수 #인사청문회 #김앤장 #로펌 고문 #윤석열 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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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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