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도예인 삶을 풀어놓는 최창석 바우가마 대표.
최방식
13~15일 가마터 '시를 굽다' 작품전 열어
어떤 차이일까 궁금해하자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중국 일본 도자는 합리주의, 조선도자는 자연주의를 구현하죠. 조선도자는 심심한 가운데 은은한 매력을 가졌거든요. 그릇을 질식시키지 않는 비우는 도자. 매병이나 옹기를 풀밭에 세워놓으면 잘 어울리듯, 현란이나 지루함을 거부하는 자연 미학이죠."
도자 해설이 놀랍다. 수십억 년 산화된 물질을 가열해 산소를 빼내고 본래 물질로 되돌리는 환원. 불완전연소(산소 부족)에 따라 탄소가 표면침투(침탄작용)해 물질 속 산소와 결합(이산화탄소)해 날아감에 따라 물질을 시원의 상태로 돌아가는 도자. 그 과정에서 색 또한 깊고 고와진단다.
오랜 경력과 거침없는 언변에도 해설이나 평가를 삼가는 그의 태도. 스타워즈 삽입곡 '목성'을 떠올렸다. '행성'(구스타프 홀스트의 1914년 작)에 수록된 7개 관현악 중 가장 장중하며 서정적인 표제 음악. '환희의 전령' 부제를 단 음악. 탁배기 한 잔, 그 불콰함을 담은 듯했다.
최 작가는 요즘 회령자기에 빠져있다. 천지 화산재 점토로 도자문화가 발전했던 지역. 그에겐 특별한 인연이 있다. 그의 본은 경주. 동학을 창시한 수운 최제우 가문. 갑오년(1894년) 혁명이 좌절되고 조부는 야반도주 함흥으로 이주했다. 한데 작은 할아버지가 일왕 암살 활동 혐의로 일본 유학(메이지대) 중 붙들려 취조받다 사망했고, 할아버지는 독립군 지원 혐의로 일경에 치도곤을 당한 뒤 고문 후유증으로 돌아가셨다. 그의 부친 나이 아홉 살 때.
아버지는 17살에 징용을 피해 금강산으로 숨어들어 승려 행세를 하며 신계사 목수를 했다. 48년 월남해 월정사 방하남 스님(탄허 스님 상좌)과 절 건축 일을 했다. 그러다 여주로 와 군청 한옥목수를 맡았지만 보수가 형편없었다. 여튼, 신륵사 등 여주 문화재에 부친 손이 안 간 데가 없을 정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