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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여가부 폐지를 폐지하라③] '위안부' 피해자 돌봄-지원-기억-계승은 어찌할 텐가

등록 2022.05.17 13:49수정 2022.05.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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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인수위가 발표한 국정과제에는 여성가족부폐지가 없었으나 소위 이대남 여성혐오로 대통령이 당선된 국민의힘은 여가부폐지안을 발의하였습니다. 기본 여가부 관련 사업도 다른 부처와 같이 하는 방식으로 업무 분장을 하여 여가부의 실질적인 힘을 뺄 뿐 아니라 여가부 폐지 법안 상정까지 한 것입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구조적 성차별을 외면하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에 여성,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여성가족부폐지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은 다양한 위치에 처한 사람들에게 성평등 전담기구가 왜 필요한지를 연재합니다.[기자말]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평화나비 네트워크, 민족문제연구소, 전국여성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서 수요시위 방해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참가자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극우 역사부정 단체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평화나비 네트워크, 민족문제연구소, 전국여성연대, 한국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 앞에서 수요시위 방해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참가자 명예훼손과 모욕에 대한 극우 역사부정 단체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유성호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님의 용기 있는 증언이 침묵 당하던 전 세계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의 '미투'를 이끌었다. 당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에서 설치한 신고 전화에는 식민지배, 성노예제, 전쟁의 피해자이자, 고향인 한국 사회에서도 소외당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드러내기 위해 연락해 왔다.

너무나 어렵게 생활하고 계셨던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문제해결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정대협을 비롯한 여성인권단체들, 수많은 시민들이 노력한 결과, 1993년 6월 11일 '일제하일본군위안부에대한생활안정지원법'이 제정되었다. 덕분에 피해자 돌봄과 지원,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계승하는 일은 국가의 마땅한 책임으로 확장되어 여성가족부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되었다. 일상의 안전을 보장받게 된 피해생존자들은 당당하게 가해자인 일본 정부의 책임인정과 사죄를 요구할 수 있는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추진 의지를 재차 밝히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미래세대를 위한 기림과 기억사업이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없이 어떻게 수행될 수 있는지 조금이라도 고민했는지 묻고 싶다. 체계적인 피해자 지원 대책 없는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30년 넘도록 평화와 인권 교육의 장이 되어온 수요시위는 2019년 말부터 역사부정세력의 반대 집회와 혐오 발언에 시달리고 있다. 2020년 시민들이 설립한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은 철거를 당당히 요구하는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와 우익 세력의 공격 속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다. 거기에 더해 2021년 램지어 하버드 로스쿨 교수의 논문까지 역사부정세력의 혐오와 차별, 피해자 명예훼손이 국내와 세계 곳곳에서 난무한 이때, 여성가족부 폐지가 불러올 파장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는지 의심스럽다.

매주 수요시위 옆에서 "위안부는 사기다"를 외치는 역사부정세력이 "여성가족부 폐지"도 함께 외친다. 여성혐오와 차별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도 위협하고 있다.

여성 없는 역사는 없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요시위 현장에서 자행된 보수단체의 인권침해와 폭력 등을 규탄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요시위 현장에서 자행된 보수단체의 인권침해와 폭력 등을 규탄하고 있다.유성호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에서 역사 문제와 안보 협력을 교환하겠다는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성 없는 역사는 없다. 여성 없는 안보는 없다. 일본 정부가 법적책임을 감추고 민간 모금으로 해결하고자 설립한 1995년 아시아여성기금에서, 진정한 해결을 바라는 피해자와 시민들의 외침을 무시하고 박근혜 정권이 졸속적으로 체결한 2015년 한일합의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역사 문제는 덮어두어야 한다'고 이성적인 척하며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 역사부정세력의 주장에서 우리는 안보와 외교,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라는 이름으로 여성의 정당한 권리가 무시당하는 걸 여러 차례 목격해 왔다.

사람의 목숨에, 사람의 권리에 감히 가격표를 붙여 거래할 수 있다는 바로 그 생각이 피해자들을 또다시 상처 입힌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밀린 화대(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 '그랜드 바겐' 따위의 표현이 또다시 피해자들을 침묵시키는 시도로 이어질까 두렵다.


끔찍한 전시성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우리는 안보를 위해 여성인권을 희생해도 된다는 주장이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고 있다.

우리는 배제와 차별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시민의 안녕을 책임지는 정부를 원한다. 우리는 허울뿐인 공정과 상식이 아니라 진정한 평등과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정부를 원한다. 우리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과 여성인권 보호의 책임을 직시하는 정부를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도 요구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당장 철회하라!
윤석열 정부는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 보호와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라!
윤석열 정부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평등하고 안전한 삶을 보장하라!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 활동가입니다.
#여가부 #여가부 폐지를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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