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아이스크림호떡.
박정선
호떡을 만들다 보면 엄마가 예전에 만들어 줬던 간식이 생각난다. 전업주부였던 엄마는 이런저런 먹을 것들을 만들어 주곤 하셨다. 학교에서 오자마자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손도 안 씻고 달려가 엄마가 입에 넣어주는 것을 참새처럼 받아먹곤 했다. 인기가 좋았던 간식으로는 도넛(그때는 '도나스'라고 했다), 카스텔라, 호떡 등이 있었다.
요즘처럼 빵 안에 크림이나 잼이 들어간 도넛은 아니다. 가운데 구멍을 뽕 뚫어 기름에 튀겨 낸, 반을 가르면 가루가 부슬부슬 떨어져 손가락에 침 묻혀서 찍어 먹던 그 '도나스'다.
또 카스텔라도 있는데 여기에는 추억도 방울방울 묻어난다. 어느 날 엄마가 초록색 우주선같이 생긴 기계(오븐)를 사 오셨다. 우리는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아도 참고 달걀흰자와 노른자의 거품을 냈고, 엄마는 거기에 밀가루와 설탕, 바닐라 향신료 등을 섞어 오븐에 넣었다. 온 집안에 달콤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면 우주선 가운데 투명창을 들여다보며 "엄마, 언제 먹을 수 있노?"를 묻고 또 물었다.
드디어 다 됐다는 신호를 우주선이 보내면 엄마는 젓가락으로 가운데를 푹 찔러 한 번 더 확인하고 뜨거워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카스텔라를 접시에 담아주셨다. 촉촉한 카스텔라와 우유 한 모금을 마시면 어찌나 입안에서 잘 사라지는지, 앉은 자리에서 셋이 한 판을 다 먹은 적도 많았다.
방금 만들어 낸 따뜻하고 달콤한 카스텔라는 친척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사촌 동생은 숙모가 만들어 준 카스텔라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해서 우리의 어깨를 으쓱하게 했던 기억도 난다.
이제 나는 제빵기로 1시간 코스 반죽을 돌리고, 1, 2차로 나눠 발효시킨 뒤 성형하거나, 베이킹 믹서기를 사용해 달걀 거품을 올리고, 오븐을 적정 온도로 미리 예열해서 굽는, 그런 빵들도 만들어 드릴 수 있는데... 엄마는 늘 간단한 빵을 만들라고 한다. 아마도 딸이 힘들까 봐 그러시겠지.
설탕 뺀 호떡이면 어떠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