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삼성생명 광고 이미지.
삼성생명
꼰대라는 말은 이제 너무 흔하다. 입에 담기도 싫고 아무 감흥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꼰대와 MZ세대는 항상 쌍으로 맞물려 쉴 새 없이 여기저기에 등장한다. 다른 세상의 사람들 같지만, 늘 같은 상황에서 대립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동시대,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우여곡절 많은 세대 간의 색안경이 아닌가 싶다. 내가 성인이 될 무렵에는 X세대를 두고도 그렇게 말이 많더니, 결국 돌고 도는 세상이다.
한 기업 대표의 인터뷰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게 참 힘들다고 했다. 들어야 할 교육도, 직접 경험해야 할 것도, 가야 할 곳도, 회사에서 시키는 것도 많아 피곤하다는 정직한 발언이었다. 대표는 아니지만, 낡아가는 직장인의 일원으로 고개가 절로 끄덕거렸다.
한 협력사 임원을 만났다. 'MZ세대를 이해하라는 교육은 수시로 하면서 왜 늙은 세대를 이해하라는 교육은 없냐'고 탄식했다. 어떤 회사 마케팅 임원은 MZ세대가 제일 싫다고 했다. 모든 마케팅 전략이 MZ세대를 향해 있어 힘들다고. 그런데 자신들이 X세대였다는 것은 벌써 잊은 듯하다. X세대는 1970년대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데, MZ세대만큼 논란의 중심을 차지했고 지금도 자주 회자되는 강력한 세대다.
최근 후배와 대화할 때 몽쉘통통을 좋아한다고 했더니, '몽쉘통통은 아재, 몽쉘은 MZ세대'라고 했다. 낡은 세대에게 신조어 테스트를 하면서 아재라는 딱지를 달고, 과거 유물 같은 얘기를 꺼내면 꼰대가 된다. 이야기가 흥미진진할지라도 낡은 사람 입에서 나오면 가치를 잃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기성세대는 과거 이야기를 꺼내다가도 스스로 놀라 입을 틀어막는다.
정답이 없는 세상을 살면서 더 답 없는 세대 간 갈등에서 정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힘겹기만 하다. X세대건 MZ세대건 세상이 돌아가는 동안에는 세대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재의 젊은 세대가 대세라고 해서 내가 지나온 시간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후배 눈치 보는 회식, 상사는 괴로워'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요즘 좋은 상사가 되는 조건 중 하나는 회식을 잘하는 것. 이때 잘한다는 것은 자주 한다거나 거나하게 술을 마신다는 의미가 아니다. 20대 후반의 젊은 직원들이 만족할 만한 참신한 회식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 그러지 않으면 '꼰대'로 찍힌다.
젊은 사원들이 가장 못 견뎌하는 것이 삼겹살집과 노래방. 회사원 김형민 씨(30)는 "우리 세대는 고기 냄새가 싫어도, 대화가 지겨워도 꾹 참았다. 하지만 요즘 신입 사원들은 몸을 비비 꼬다가 중간에 그냥 가버린다"라고 말한다. 심하면 회식 장소가 어딘지를 확인하고 마음에 들 때만 참석하는 직원들도 있다.
상사는 "요즘 젊은것들은 회식에도 참석 안 한다"라고 화를 낸다. 하지만 이미 세상은 바뀌고 있다. 젊고 이해심 많은 상사로 인정받고 싶다면 지금 당장 회식 장소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이 평범한 내용이 놀랍도록 흥미로운 이유는 기사가 쓰인 날짜 때문이다. 1999년 11월 8일 <경향신문> 기사의 일부다.
2022년도 기사라고 해도 전혀 손색없다. 젊은 꼰대 기질을 선보인 30살 김형민 씨(1968년생으로 추정)도, 몸을 비비 꼬다가 회식 중간에 그냥 가버린 1999년의 신입 사원도 현재를 대표하는 꼰대 세대가 됐다. 1999년에 회식에도 참석 안 하던 젊은것들이, 회식을 거부하는 지금의 MZ세대를 보면서 혀를 차는 시대.
돌고 도는 시대와 세대의 선순환... 스트레스는 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