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 위에 떠돌면서도 생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노마드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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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여름에는 국립공원 캠핑장 관리인으로 일하고, 9월쯤부터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미국 각지의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고용되어 일한다. 캠핑장의 초과노동도 힘겹지만, 축구장 13개쯤 붙인 거대한 아마존 창고의 노동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진통제 없이는 일을 할 수가 없고, 추운 겨울을 차가운 작은 차에서 어떻게든 버텨내야 한다.
낮은 임금으로 높은 월세와 대출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전통적 정주 방식에서 밀려나 길 위에 떠돌면서도 생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노마드들의 삶이 애처롭다. 성실히 살아온 젊은 날의 결과가 노년의 극빈이라니. 사회보장 연금이(우리나라의 기초연금 같은) 있지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그저 개인적으로 악전고투하며 일상을 연명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이리 고달파 보이는 유랑생활인데, 신기하게도 몇몇은 의도치 않은 행복을 발견했다고 한다. 노마드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인간애를 느끼고, 최소한의 물건만 가지고 자족적으로 사는 것에 자유롭다고 느꼈다 한다. 바로 이 두 번째 부분이 나의 이목을 확 집중시켰다. 고작 한 차 공간만큼의 물건들만 가지고도 자유롭고 행복했다고?
책 속에 등장하는 64세의 여성 린다 메이는 자신이 RV(미니밴, 지프, 소형 승합차 등)에서의 검소하고 노마드적인 삶에 적응한 이후 달라졌음을 고백한다. 자신이 자족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으로 느껴졌고,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다 경험해 봤지만 가장 행복한 때는 가장 적게 가졌을 때인 것 같다고 말한다. 린다처럼 차에서 거주하는 생활은 엄두도 안 나고, 하고 싶지도 않지만 적게 가지고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에는 눈이 번쩍 뜨인다.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남들 집에 있다는 건 뭐든 빼놓지 않고 갖춰놓고, 쟁여놓아야 안심이 되는 이 세태 속에서 과연 최소한의 물건만으로 행복하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 호기심과 의구심이 마구 일었다. 결혼하고 식구가 늘면서 살림을 늘리고, 집 평수를 늘리는 데만 온 관심을 쏟았지, 줄일 생각은 도통 해보지 못했는데... 최소한의 물건으로 산다는 게 어찌나 참신하게 들리는지!
나는 나름 물욕 없이 단출하게 사는 편이라 여겼는데도, 다시 집을 둘러보니 사용하지 않는 많은 물건들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다. 찬장에서 먼지만 타고 안 쓰는 그릇들과 옷장마다, 서랍마다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는 사계절 옷들, 일 년이 가도록 펼쳐보지 않는 책장의 책들이 군더더기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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