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정주희 감독, 김희주 감독, 권나영씨
정주희
- 어떻게 영화의 주인공인 권나영씨와 인연이 닿았는지 궁금해요.
정 : "제가 유기묘 입양을 위해 페이스북 '길고양이 친구들' 페이지에 가입했어요. 거기서 활동하는 분들 가운데 권나영이라는 분이 글을 많이 올리시더라고요. 그분이 올리는 글이 정돈된 문장이 아니었어요. 맞춤법도 틀리고 나영님 특유의 문체가 있어요. 근데 그분의 게시물이 계속 눈에 아른거린다고 할까요. 궁금하더라고요. 이렇게까지 고양이를 돌보는 이유가 뭘까. 왜 이 분은 고양이와 함께 하셔야 하는 걸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서 다큐멘터리 출연을 요청드렸는데 나영님이 너무나 흔쾌하게 응해주셨죠."
권나영씨는 단순히 고양이들의 밥만 챙기지 않는다.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는 발정기가 되면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아픈 고양이를 발견하면 구조와 치료, 입양을 진행한다. 자신보다 어려운 캣맘을 돕거나 동물권 관련 활동에도 동참한다. 두 감독은 나영씨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 너머의 약자 혐오, 장애, 이동권과 같은 다양한 차원의 이야기들을 발견해나갔다.
정 : "촬영하며 저 혼자 안절부절 못할 때가 많았어요. 나영님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는데 불법 주차된 차들이나 길가의 유리병 때문에 아슬아슬하더라고요. 또 이동하시는 걸 촬영할 때 어려움이 많았어요. 장애인 택시도 피크타임에는 두 시간씩 대기를 해야 하더라고요.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같이 타고 이동하는 일도 있었는데, 충무로역이 목적지였어요. 그런데 그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리프트를 타고 전동휠체어를 옮겨야 해요. 거기에서만 20~30분은 걸렸던 것 같아요. 역무원 호출하면 세팅해주시고 내려가는 데도 오래 걸리고 다시 올라오고. 이런 과정을 보면서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