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방역수칙 제각각, 당국 수칙 유명무실

▲ 비접촉 대면 면회만 가능했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접촉 면회가 허용된 첫날인 4월 3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으로 면회 온 환자의 가족들이 면회 전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있다. 정부는 감염 관리를 위해 지난해 11월 18일부터 해당 기관들의 비접촉 대면 면회만 허용해왔으나, 최근 확진자 발생 감소 추세 등을 고려해 이날부터 5월 22일까지 3주간 제한을 풀기로 했다.연합뉴스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요양병원·시설의 접촉 면회를 23일부터 당분간 기간을 정하지 않고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요양병원·시설별로 면회객 방역관리가 제각각으로 이뤄지고 있어 당국이 제시한 면회수칙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지난 4월 22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금지됐던 요양병원·시설 대면 접촉면회를 4월 30일부터 3주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 20일 다시 이를 무기한 연장한다고 밝혔다.

한림랩 뉴스팀은 고위험층 집단감염의 위험 지역인 일선 요양병원에서 면회 허용과 관련, 중수본의 면회 수칙이 잘 이행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북 전주와 강원 춘천 지역 요양병원 등을 방문, 조사했다.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A 요양병원에서는 병원 접수창구 직원이 면회객들에게 출입자 명부 작성만 안내할 뿐, PCR 검사지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지를 체크하지 않고 백신 접종 여부 확인 없이 면회장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일부 면회객이 병원 1층에 있는 매점에서 구매한 건강 음료 박스를 들고 면회장으로 향하는데도, 병원 직원들은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중수본이 발표한 면회 간 방역수칙에 따르면, 접촉 면회 시 입원자의 음식물 및 음료 섭취가 금지돼 있다.

3층에 있는 경증환자 병실로 올라갔을 때 손 소독제와 스프레이 등 소독 도구는 구비돼 있지만, 중대본 수칙에 지정된 병상 사이에 설치돼야 할 비닐 벽은 보이지 않았다.

병원 수간호사 이아무개(48)씨는 "비닐 벽은 어르신들이 덥다고 말씀하셔서 병원 내 회의를 통해 제거했다"고 말했다. 또 "면회객이 음료수를 사 들고 가는 것까지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며 "혹여나 제지하려고 하면 부모님 드실 건데 왜 막느냐며 화부터 내셔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박아무개(70) 원장은 "방역이 잘 안 지켜진다고 보실 수 있는데, 주말이라 담당 직원들이 번갈아 가며 당직을 맡고 있다"며 "면회 간 방역 준수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비접촉 대면 면회만 가능했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접촉 면회가 허용된 첫날인 4월 3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에서 박영순 어르신이 아들과 딸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부는 감염 관리를 위해 지난해 11월 18일부터 해당 기관들의 비접촉 대면 면회만 허용해왔으나, 최근 확진자 발생 감소 추세 등을 고려해 이날부터 5월 22일까지 3주간 제한을 풀기로 했다. — ▲비접촉 대면 면회만 가능했던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접촉 면회가 허용된 첫날인 4월 3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에서 박영순 어르신이 아들과 딸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부는 감염 관리를 위해 지난해 11월 18일부터 해당 기관들의 비접촉 대면 면회만 허용해왔으나, 최근 확진자 발생 감소 추세 등을 고려해 이날부터 5월 22일까지 3주간 제한을 풀기로 했다.연합뉴스

중대본에서 제정한 수칙보다 더욱 강력하게 방역을 하는 요양 병원도 있다. 강원도 춘천시 석사동 부근에 위치한 B 요양병원 측은 지난 13일 기자에게 "우리 병원은 면회를 시행하지 않는다"며 "면회객 방문으로 인한 돌파 감염을 예방하기 위함이고, 환자분들과 보호자에게도 양해를 구해 다들 이해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대신 어버이날 입원 환자들에 의사·간호사들이 조촐하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행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방문한 춘천시 동면에 있는 C 요양병원도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면회객을 들여보내고 있었다. 문밖 현관에는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줄을 선 면회객들의 체온을 재고, PCR 검사지가 확인된 면회객들만 입장시키고 있었다.

검사자 옆 테이블에는 자가진단 키트가 구비돼 있었는데, 이는 병원 측에서 진단키트가 없는 면회객을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중수본 지침에 따르면 면회 전 사전 검사를 받지 못한 인원에 한해 자가 진단 키트로 음성이 확인되면 들어갈 수 있다.

이 병원 현관 앞에서는 방문객 중 백신 접종단계를 충족하지 못한 이들이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만난 면회객 양아무개(56)씨는 "2년만에 어머니 얼굴 뵈려고 출근하는 날짜도 바꿔가면서 5시간 걸려 왔는데 3차 부스터샷 미접종자라고 돌아가란다"며 억울해했다.

양씨는 "2차 접종 이후 부작용이 심해 사정을 얘기하고 3차는 안 맞았는데, 방역 때문이라지만 잠깐 뵙는데 너무 까다롭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당국에 따르면, 전달과 비교했을 때, 5월 요양병원·시설 집단감염 확진자 수가 4월 대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요양병원 현장에서는 당국의 방역수칙이 각기 다른 수준으로 지켜지고 있어 보다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덧붙이는 글 강재혁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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