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와 함께한 배부르고 영양가 많은 간식
김도경
약속된 날 우리는 만났다. 나는 쑥개떡과 부침개를 가져갔다. 그는 애플수박, 자몽, 토마토, 포도, 참외 등 과일을 한 상 차려놨다. 우리는 맛나고 배부르게 먹었다. 그리고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왜 비건이 되었는지, 힘들지는 않았는지.
그는 가족처럼 키운 개가 죽자 모든 동물이 자신이 키우던 개처럼 보였다고 했다. 자신의 살을 맞대고 살던 개의 온기, 감촉, 살아있음을 너무나 사랑했던 만큼, 숨 쉬고 움직이는 모든 것이 생명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비건주의자로 산다는 게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오히려 지구력이 생기고, 피부가 좋아지고, 소화도 잘 된다며, 내가 추구하는 모습대로 사는 게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아는 만큼 실천하며 살고 있었다. 유기견 봉사를 다니다 유기견 보호소에서만 10년 살았던, 언제 죽을지 모르는 늙은 개를 입양해서 같이 살았다. 어느 날 집 앞에서 울고 있던 고양이를 데려다 키웠다. 그에겐 동물은 같이 살아가야 할 대상이었다. 고양이의 얼굴만 봐도 마음을 알아채고 대화를 나누는 그에게 동물은 가족 이상의 의미였다.
그가 독립한 이후로 6년 넘게 길고양이들의 끼니를 하루에 두 번씩 아침 10시와 오후 6시마다 동네를 순회하며 깨끗한 물과 사료를 채워주었다. 캣맘인 그를 따라 동네를 도는데 길고양이들이 그를 알아보고 슬금슬금 다가와 사료를 먹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그것이 힐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