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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불순, 간호사들에겐 너무 흔한 일이에요"

[일하는 여성들의 피 땀 눈물③] 간호사로 본 야간·교대근무제 노동자의 월경

등록 2022.05.25 13:36수정 2022.05.2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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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5월 28일은 ‘세계 월경의 날’로 월경에 대한 사회적인 침묵과 터부를 깨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여성환경연대는 세계 월경의 날을 맞이해, 여성들의 월경 경험을 가시화하고 사회 의제로 공론화하기 위해 매년 ‘월경 말하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 제6회 월경 말하기 주제는 ‘여성 노동자의 월경’입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4명을 만나 월경 경험을 인터뷰했습니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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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이선아씨가 5월 9일 보건의료노조에서 여성환경연대 월경책을 들고 서 있다. ⓒ 여성환경연대

 
"불면증이 너무 심해요. 출근하기 전에 잠이 안 와서 30분도 못 자고 나갈 때도 있어요. 여기다 이제 생리까지 겹치면 진짜 최악인 거죠."

이선아씨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12년차 간호사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 전담 병동에서 근무했다. 간호사는 교대 근무를 통해 환자의 건강을 종일 돌보는 직업이다. 교대 근무는 생체리듬의 변화로 인해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2022년 보건의료노조의 간호현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74.6%가 야간 근무를 포함하는 3교대 근무를 하고, 야간 근무는 월 6일이 44.2%로 가장 많았다. 2019년 기준 간호사의 이직률은 15.2%였다. 전체 산업군 이직률 4.9%(2019,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비해 세 배 이상 높다. 최근 3개월간 '구체적인 이직을 고려'한 응답 비율은 밤 근무 일이 많을수록 높았다. 이런 근무 환경이 간호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3교대 근무 이후 생긴 월경 불순

이선아씨의 말이다. "일하고 나서 신규 1년차까지는 생리통이 심하지 않은 편이었어요. 그런데 3교대 근무를 돌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생리통이 심해졌어요. 한 번은 배가 너무 아파서 구급차를 부른 적도 있어요." 

밤낮이 바뀌는 3교대 근무가 월경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했다. 이선아씨뿐 아니라 간호사 동료들도 흔하게 겪는 일이라고 한다. 

"3교대 근무를 20~30년 하신 간호사 선생님들은 대부분 자궁 질환이 있으세요. 제 주변의 젊은 친구들만 하더라도 월경불순은 너무 흔하게 있는 일이고요. 간호대학 동기 중에 저랑 친한 친구가 8명 있는데 그중에 절반 이상이 불임인 거예요. 3교대 근무를 10년 이상 해왔는데 친구들이랑 '그래서 그런가보다' 얘기해요."


2021년 유럽내분비학회의(e-ECE 2021)에서 야간 근무를 자주 하는 여성은 자궁내막증과 생리 불순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의 한 대규모 간호사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교대근무 연령, 초경연령, 인종, 출산력, 흡연, 음주, 신체활동, BMI를 통제하였을 때 교대근무를 하지 않은 집단에 비해 20개월 이상 교대 근무를 한 집단에서 월경 형태가 불규칙할 확률이 1.23배 높다고 보고됐다. 

국내에서는 2012년 제주의료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15명이 유산하거나 심장질환아를 출산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를 신청한 사례가 있다. 당시 제주의료원은 간호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인력을 충원하지 않았다. 한 달에 5번이면 힘들다는 야간근무도 한 달에 9~10번, 때로는 10번이 넘었다. 임신한 간호사들에게 안전장치 없이 유해 약품을 다루게 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화장실 가기 어려워 물도 못마셨어요"

코로나 병동에서 일할 땐 방호복으로 인해 땀이 비 오듯 쏟아져 생리할 땐 배로 힘들었다고 한다.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4시간까지 온몸이 땀에 젖어도 화장실에 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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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 착용 후에는 화장실 가는 것이 어렵다. ⓒ 보건의료노조

 
"8시간 근무가 기본인데 앞뒤로 준비 시간을 더하면 한 10시간 일하거든요. 10시간 중에 (화장실을) 한두 번 정도 가요. 그런데 너무 바빠서 배뇨나 월경이 시작된 거를 솔직히 느낄 틈이 없어요. 방호복 입고 중환자실에 들어가면 교대하기 전까지 다시 나올 수가 없어서 화장실은 아예 못 간다고 봐야 해요. 화장실을 갈 수가 없으니까 그냥 물을 안 먹는 거예요. 물도 안 마시는데 땀은 또 나고, 그러니까 탈수가 와서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동료들도 있었어요."

이선아씨는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며 월경 기간에 다음과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바지가 다 젖을 정도로 월경혈을 질질 흘리면서 일할 때도 있고요, 방호복은 통풍이 안 돼 피부가 쓸리니까 짓무르고 너무 힘들었어요."

"월경 휴가? 아플 때 당일 연차 사용도 어려운 걸요"

아플 때 제대로 쉴 수 있을까? 간호사 61.2%가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간호인력 부족으로 당일 연차 사용이나 월경 휴가는 사용하기 어렵다. 대부분 아파도 진통제를 먹어가며 참고 일한다.

"월경통이 심해도 저희는 3교대이기 때문에 당일이나 전날 휴가원을 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고요. 진통제 복용하면서 근무하는 거는 늘 있는 일이에요. 저희는 그게 너무 흔한 일이에요."

이선아씨가 근무하는 곳은 국공립병원이라 유급보건 휴가가 한 달에 하루 보장되지만 실제 월경기간에 사용하지 못한다.

"보통 수간호사 선생님이 근무일정을 배정해 주시는데 한 병동에 간호사가 30명이에요. 30명의 월경 주기를 전부 고려하기 어렵다 보니 실제 월경주기와 상관없이 임의대로 휴가를 배정받아요."

간호사들이 병동을 떠나지 않으려면

"가장 필요한 건 보건의료 인력 확충이에요. 인력이 부족하니까 1년에 주어진 연차를 못 쓰는 게 태반이에요."

간호사 한 명당 담당하고 있는 환자 수는 평균 15.2명이다. 미국(5.3명)이나 스위스(7.9명), 영국(8.6명) 등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많다. 

"나이트(야간근무) 조는 많으면 간호사 한 명당 환자를 15명 20명까지도 담당해요. 서울은 간호인력이 많아 그나마 근무환경이 나은 편이에요. 지방에 가면 더 참담하다고 해요. 국공립이 아닌 사립병원의 경우도 심각해요."

인력확충 문제는 간호사의 노동 환경 개선과 보건의료서비스의 질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간호사 한 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 수가 많을수록 과다한 업무 부담과 시간적 압박 때문에 환자 상태 확인, 약물 투여, 검사와 수술 준비, 환자 기록 등 필수적인 업무 처리조차 버거워진다. 손목, 허리, 어깨 등 근골격계 질환도 문제다. 환자를 여러 명이 들면 부담이 줄어들 텐데 인력이 부족해 한 명이 하다 보니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간호사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간호사는 1~3년 차 간호사들의 이직률이 높은 편이다. "간호사가 이직이 잦은 직군이에요. 병원에서 인력을 채워놔도 물 빠진 독처럼 계속 이탈자가 생긴다는 건 병원 현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거든요."

간호사들의 이탈을 방지하려면 피곤할 때 쉬고 제때 밥 먹을 수 있고 화장실 필요할 때 가고 생리대 갈 때 시간 쫓기지 않고, 그러면서 환자를 잘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저는 간호사라는 직업에 만족하지만, 노동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내 주변 사람, 다음 세대에게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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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 보건의료노조

 
간호사들이 간호법 제정을 요구하는 이유다. 지난 5월 12일 보건의료노조가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대한간호협회와 처음으로 공동 결의대회를 열고 간호법 제정 등을 촉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결의대회에서는 ▲보편적 건강보장을 위한 간호법 제정 ▲환자안전을 위한 간호사 1인당 적정환자 수 제도화 ▲의대 정원 확대와 업무 범위 명확화를 통한 불법진료(의료) 근절 등 3대 요구를 제시하고 정부와 국회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월경 #세계 월경의 달 #간호사 #월경휴가 #여성환경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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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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