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제주 경찰이 폭주족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오토바이를 탄 10대 2명이 전치 12주의 부상을 당했다. 영상 속 경찰차는 숱한 위반을 일삼는 오토바이를 멈춰 세우기 위해 중앙선을 넘어 진로를 막아섰다. 경찰의 발표에 의하면 오토바이는 열다섯 차례나 경찰의 요구를 무시하고 위반을 일삼았다고 한다. 다수의 시민들이 폭주족을 검거한 경찰관을 칭찬하고 있음에도, 일각에선 '과잉진압'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구대 신임 순경인 나는 한 달 전쯤 폭주족 무리와 첫 만남을 가졌다.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 폭주족들이 시끄럽게 굴어 잠을 잘 수 없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 장소인 동대구역 주변에는 약 50~70명에 달하는 인파가 몰려있었다. 오토바이를 탄 이들은 보란 듯 불법 유턴, 역주행을 하하더니 경찰차 앞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탈 때처럼 환호했다. 그때 우리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분명 부딪혔으리라. 오토바이에 타지 않은 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경찰을 조롱했다. 자신들이 환호하고 흥분하는 만큼 국민들이 신음할 수 있단 사실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당시 총 3개 지구대에서 다른 사건을 맡은 차량을 제외한 모든 순찰차(약 10대)가 출동했다. 슬픈 사실은 우리의 출동이 그들을 흥분케 하는 것 외에는 어떤 변화도 가져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폭주족들에게 우리는 '경찰과 도둑놀이'를 해줄 술래에 불과했다.
한 신고자는 통화중에 물었다.
"밤마다 시끄럽게 하는데 꼭 좀 잡아주세요. 다 잡을 수 있죠?"
경찰 꿈나무들은 "그럼요. 꼭 잡겠습니다"라고 답하는 모습을 꿈꾸며 입직했으리라. 슬프게도 한 달쯤 일하고 나면 이 바람이 '재테크 잘해서 얼른 퇴사해야지'하는 꿈만큼이나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경찰학' 초반부에는 '폭주족을 무리하게 추적하다가 이들이 다치면 안된다'는 말이 실려있다.
추적 과정에서 속도를 높였다가 괜히 사고라도 나면 경찰관이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 논리는 비단 폭주족 문제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경찰은 치안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행동하기 이전에 '혹시 이 행위가 매뉴얼에 어긋나지는 않는지, 인권 탄압에 해당 되지는 않는지' 두 번 세 번 고민해야 한다. 혹여라도 악성 민원인을 홀대했다가 민원이라도 들어오면, 신분상 불이익을 감수해야한다. 누구든 현장에서 2주일만 일해보면 의무는 지나치게 많고 권한은 적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에도 두 제주 경찰관은 '과잉진압'이라는 일부의 공격과 신분상 불이익에 대한 걱정에 시달리고 있다.
제주 경찰이 폭주족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중앙선 침범이 과잉진압이라는 취지의 기사를 보았다. 그 기사에 실린 인터뷰에서 폭주족 청소년은 경찰차가 자신을 "들이받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막아선 행위를 들이받았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폭주족들이 파괴한 공공질서, 그리고 그들로 인해 눈살 찌푸렸을 시민들을 감안해보자. 이번 사건을 단순히 '과잉진압'이라고 표현해서는 안된다.
물론 해당 사건 관련, 경찰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단정하긴 어렵지만, '인터넷 국민정서'에 따르면 당시 경찰차에 타고 있던 두 제주 경찰관은 용감하고 적극적인 모범경찰에 해당한다. 이분들에게 가해지는 불이익은 경찰의 적극 행정을 가로막뿐 아니라, 적지 않은 국민의 상식에 어긋날 가능성이 크다.
움베르토 에코는 20세기 최고의 지성인을 꼽으라는 질문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탈리아의 지식인이다. 그는 길에서 스마트폰에 고개를 처박고 걷는 이를 보면 악동기질이 발동한다고 한다. 일부러 못 본 척 그 사람과 부딪힌 뒤, 마치 실수로 부딪힌 것마냥 미안한 척을 한다고. 한 개인도 신념에 따라 스마트폰 중독자에게 몸을 부딪히는데, 한 나라의 경찰은 폭주족을 막아서고도 과잉진압이니 인권 무시니 비난받고 소송 위험에 휘말려야 한다.
그 누구도 10대 청소년이 운전 중 다치기를 원치 않는다. 반대로 생각해보라. 성실한 이들이 단잠을 방해받고, 공권력이 조롱당하길 원하는 이 또한 없다.
현장 경찰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폭주족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이 나오길 고대하고 있다. 국민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제도와 판례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경찰은 또 다시 민원인에게 '과잉진압 위험이 있어 단속하지 못한다'라는 실망스런 답변을 할 수밖에 없으리라.
상식 있는 건전한 시민들에게 부탁한다. 불합리한 현실과 씨름하는 경찰에게 힘을 실어달라. 유능한 경찰은 상식적인 규정과 시민 의식 하에서만 존재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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