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지원관님들, 역사의 한 걸음임을 잊지 말고 힘내시길

등록 2022.05.31 09:24수정 2022.05.3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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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가 되면 (재)춘천시 마을자치지원센터(이하 마자센터) 주민자치팀은 연일 팀 회의가 진행되고 시끌벅적 분주해진다. 여기저기 전화 통화 소리에 시끄러워지고, 출장 결재도 끊임없이 올라오고 센터장의 현장 방문 요청도 계속 들어온다.

바야흐로 각 읍면동 주민자치회의 '2023년 마을계획 수립'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각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마을의 문제해결, 행복한 마을 만들기를 위한 활동을 기본으로 하는 주민자치 조직이고 '마을 의제발굴-원탁토론(숙의)-주민총회'의 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2021년 12월 현재, 전국의 136개 시군구/1013개 읍면동 주민자치회는 이런 활동을 통해 마을의 문제를 발견하고 토론과 투표를 통해 결정해서 내년도 마을 예산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 우리 마자센터 직원인 마을지원관들은 전 과정에서 현장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현장에 가면 행정복지센터 담당 공무원부터 주민자치회 위원들, 간사 등 협력과 협의를 통해 서로의 역할을 나누고 서로 도우며 마을계획 수립이 원활하고 진정성 있게 진행되도록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돌발상황들이 발생하고 갖가지 문제점들이 참으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현장 대응을 해야 함은 물론 사무실로 돌아와 자료를 찾아보고 의견을 묻고 나누고 다시 답변해 주는 모습을 매일같이 본다.

비교적 나이가 어리고 상대적으로 직급도 낮다 보니 현장에서는 귀여워해 주고 편안히 대해주는 곳도 있지만, 초기에 관계가 형성되기 전에는 무시당하거나 귀찮은 상급기관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어느 날 20대 젊은 마을지원관이 어깨가 축 처지고 얼굴은 우울한 표정으로 들어오길래 마을에서 무슨 일 있었냐 물으니, "센터장님 주민자치가 아닌 것 같아요. ○○ 지원사업 예산을 무조건 자치회 맘대로 쓰고 싶어 하셔서 지침에 맞게 써야 한다 하니 큰소리로 왜 그래야 하냐며 혼내고 안 한다 하시고 너무 힘이 드네요"했던 적이 있었다. "나랑 같이 가서 차근차근 설명드리자"하고 팀장과 마을지원관을 데리고 행정복지센터로 가서 해결한 적이 있다.


물론 그림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 마을지원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치회 분들이 아들처럼 대해주시고 고생한다며 밥도 사주고 잘 대해주신다며 환한 웃음으로 자랑삼아 얘기하는 사례도 있다.

물론 어렵다. 과거 시민들이 마을에서 자치를 얼마나 경험해 봤겠는가. 내 삶터인 마을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얼마나 실천해 봤겠는가. 주로 민원 해결용으로 주민들의 의견이 행정이나 의원들에게 전달되고 잘 보이고 큰 소리 내면 해결해주는 경우가 만연돼 있는 현실이지 않았겠나 생각된다.

정권이 바뀌면서 110대 국정과제를 보니 '주민자치'란 단어는 볼 수 없다. 주민자치회는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소리도 들려온다. 주민자치가 비록 어려운 점도 있고 다툼과 갈등이 존재하기도 하고 생각처럼 완전한 자치를 지금은 실현시키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치의 멋과 맛을 경험하게 되면 시민들은 국민들은 이전과 다른 이 나라의 주권자로서 주인으로서 다시 태어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지방자치, 자치분권의 성패는 바로 국민이 시민으로 주민으로 거듭나게 됨으로써 완성될 것이다. 새 정부도 겉모습만 보지말고 좀더 세심하게 바라보고 진지하게 검토해 보기를 간곡히 요청한다.

올해 마자센터 마을지원관들은 주민자치회뿐만 아니라 옆 팀인 마을공동체팀을 통해 발굴된 마을공동체, 아파트공동체, 마을교육공동체(우리봄내 동동)들도 들여다보고 관계 맺기를 해야 한다. 또 다른 기관에서 요청하는 협력사업도 고민하며 연결하고 있다.

춘천사회혁신센터와의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새삶스런 벤치), 춘천문화재단과의 탈락된 마을의제 사업(당근책 사업), 춘천인형극제와 진행하는 환상의 인형놀이터(주민참여 인형극) 등 주민자치회의 활성화를 위한 일에 이름 그대로 '마을지원관'으로서의 또 동네 홍반장 역할을 해내야 한다.

주민자치니까 중간지원조직이나 마을지원관은 필요 없다고 주장 하시는 분들도 있다. 노골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거북해하는 분들로 마을지원관들이 상처받기도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결국은 중간지원조직이나 지원관이 필요 없어지는 주민자치회가 오기를 고대하고 기대한다. 그러나 권한과 더불어 의무와 책임의 경험과 노력, 공부도 필요하다. 맘대로 하는 것이 자치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또 주민자치회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협력하면서 진정한 의미로서 '민관협치'를 통해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날까지 함께 길을 가면 좋겠다.

춘천은 작년에 이어 올해보다 많은 주민들의 참여를 위한 '만만(萬滿)한 의제발굴 엽서'를 제작했다. 엽서는 마을에 대한 생각과 제안을 시민들이 직접 써서 주민 의제로 제안하는 아이디어였고 올해는 앞면을 주민들이 직접 도안해 선정했다.

마을 곳곳에서 자치회 위원분들과 마을지원관들이 땀 흘리며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작년은 3400여 명, 올해는 만 명의 춘천시민 참여가 목표다. 이 지면을 통해 전국의 마을지원관님들께 응원을 보낸다.

"그대들이 가는 길이 대한민국 주민자치의 험난한 가시밭길을 개척하는 역사의 한 걸음 한 걸음임을 잊지 말고 힘내시길!"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윤요왕님은 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사람소리>에도 실립니다.
#춘천 #마을지원관 #마을자치 #주민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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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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