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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 내가 자립해서 사회생활 할 수 있었던 이유

[주장] 적절한 교육과 이동권 보장을 위해 장애인복지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등록 2022.05.31 10:02수정 2022.06.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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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장애인철폐의날 인 지난 4월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앞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 탈설지원법, 평생교육법 등의 제개정 촉구 투쟁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지난 3월 중증뇌성마비 딸에게 대량의 수면제를 먹어 살해한 어머니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필자는 '장애인 아동들의 부모들은 자식보다 하루를 더 살기를 원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장애인 아동들의 부모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떠나고 남겨질 자녀들의 삶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우리 할머니께서도 마찬가지였다. 동생들도 있고 고모들도 필자를 잘 챙겨주었지만, 할머니도 언제가 세상에 혼자 남게 될 필자를 걱정했다. 그래서 늘 필자보다 하루 더 살기를 소망했다. 그 때문에 하루에 버스를 4번씩 갈아타면서 제주시에 있는 특수학교와 장애인복지회관을 다니면서 재활치료와 교육을 받게 해주셨다.

교육과 재활치료를 받게 하면 필자가 비장애인이 되어 살 수 있을 거라는 비실현적인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희망처럼 필자가 비장애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할머니께서는 이제 더 이상 필자보다 하루 더 살기를 소망하지 않는다. 

필자는 맞는 방법으로 교육을 받아 자립을 할 수 있게 되고, 활발한 사회생활을 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필요한 사회복지서비스도 충분히 받고 있다.

이런 내 경험을 보면, 다른 장애인들도 적절한 방법의 교육을 받으면 자립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된다면, 많은 장애인부모들이 자녀들의 미래 때문에 하루 더 살기기를 바라는 소망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 복지지출 규모 GDP 대비 0.6%... 이대론 안 된다 

장애인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으며 살아가기 위해선, 우선 이동권이 완전 보장되어야 하고 장애인평생교육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필자가 특수교육을 다닐 때 제일 어려웠던 건 서귀포시 시골에 있는 집에서 제주시에 있는 특수학교까지 통학하는 문제였다. 


필자가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저상버스나 콜택시가 없었기 때문에 할머니께서 필자를 업고 하루에 4번씩 대중교통을 갈아타면서 통학을 시켰다. 그리고 그 이후 주중에는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주말엔 고모나 작은아버지께서 집에 가는 것을 도와주셨다.

그때로부터 20여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장애인 이동권이 완전 보장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본인들에게 딱 맞는 교육을 딱 맞는 방법으로 받을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로 인해 자립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살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평생교육권이 보장되지 않은 것도 문제이다. 교육은 특정한 시기에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 동안 받을 수 있어야 되고 필요한 경우에는 특별한 교육까지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평생교육권이 아직까지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은 필요한 교육을 못하고 있다.

OECD 국가들은 한해 국가전체 예산에서 평균 2.2%를 장애인복지예산으로 지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것에 1/3도 못 미치는 0.6%를 장애인복지예산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런 장애인복지예산 지출 규모로는 장애인이동권 완전보장과 장애인평생교육권 보장을 도저히 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이 점을 고려해서 내년 장애인복지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래야 많은 장애인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들의 부모들도 '자녀보다 하루 더 살겠다'는 처절한 소망을 가지지 않게 될 것이다.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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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6월 20생 우석대 특수교육과 졸업 서울디지털사이버대 사회복지과 졸업 장애인활동가. 시인. 시집: 시간상실 및 다수 공저. 에이블뉴스에 글을 기고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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