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주 차 지방선거 정책(5/16~5/21)
민주언론시민연합
'농어촌 공약' 검증 대신 "어린 시절 농사경험" 부각
한국일보 기사형 광고 섹션(Advertorial Section) 'BIZ&Life'에 실린 <더불어민주당 공영민 고흥군수 후보>(5월 19일 문채형 기자)는 검증 없이 정책을 언급한 데서 한 발 더 나아갔습니다. 고영빈 고흥군수 후보의 "농수축산물 브랜드화와 6차 융복합산업 육성" 정책을 소개하면서 "어릴 적부터 몸에 밴 농사경험을 살리고 농어민의 마음을 헤아린 고흥군 농어업·농어촌의 지속발전을 위한 방안"이라는 설명만을 덧붙였습니다. 기사형 광고 섹션에 실린 기사이긴 하지만 실현 가능성, 정책의 구체적 내용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후보의 인생살이는 가난, 꿈, 도전, 성취로 이어지는 드라마"라며 후보의 성공 스토리에 분량을 더 할애했습니다.
정책의 '반'만 보여줘 정보를 부족하게 전달한 경우도 있습니다. 5월 20일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간 토론회를 전한 경향신문 <오세훈·송영길 첫 TV토론회... '집'중포화>(5월 21일 유설희 기자)는 송 후보의 부동산 정책 '누구나집'(공공임대주택 15만호의 확정분양가를 현재 시세 감정평가액으로 고정해 10년 후에도 같은 가격으로 분양하겠다는 방안)에 대해 오 후보가 "월세 200만원이 넘는다"고 비판하고, 오 후보의 장기전세주택 정책 '시프트'를 두고 송 후보가 "이자 월 200만원 내야 한다"고 비판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두 후보 지적이 사실에 부합하는지, 그에 대해 어떤 재반박이 있었는지 기사에선 확인할 수 없습니다. 동아일보 <송 "택시기사 150억 인센티브"... 오 "대중교통 운행시간 연장">(5월 21일 이윤태 기자) 역시 '누구나집'에 대해 오 후보가 "무리수"라고 했다고만 짧게 전해 '반쪽짜리' 정책 보도에 불과했습니다.
언론이 모든 정책을 검증하고, 검증이 완료된 정책만 보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검증 없이 받아쓰거나, 사실 확인이 부족한 기사가 정책 보도의 87%에 이른다는 점은 언론이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게 합니다. 후보자 TV토론은 정책에 대한 여러 정보와 주장이 오고가는 만큼, 찬반 핵심을 보도하고 발언 진위만 확인해도 유권자에게 도움 되는 정책 검증 보도가 될 수 있습니다. 사실 확인이 되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기사는 유권자의 답답함만 키우고, 잘못된 정보를 키우는 확성기가 될 우려가 큽니다.
소수정당 1609명 출마... 거대 양당 139건 vs. 소수정당 3건
이번 지방선거는 기초의원 선거구 30곳에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도입했습니다. 중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당 최소 3명의 기초의원을 선출해 소수정당의 기초의회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제도입니다. 애초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전면 도입이 논의됐지만, 4월 14일 시범실시로 축소돼 그 영향력은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체제를 타파하려는 시도로 의미가 있습니다. 이에 맞춰 언론이 소수정당 후보와 이들의 좋은 정책을 발굴하고, 적극 소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계속 있었습니다.
지방선거 중점 기사 248건 중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정당이 특정 후보를 추천하지 않아 정당을 표기하지 않는 교육감 관련 보도 26건을 제외한 222건 기사에 언급된 후보 소속 정당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거대 양당 후보만 다룬 보도는 139건(63%), 소수정당 후보만 다룬 보도는 3건(1%)으로 격차가 컸습니다. 소수정당 후보가 거대 양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와 함께 언급된 32건(14%)을 포함해도 35건에 불과해 15~16% 수준이었는데요.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수와 비교하면 언론의 소수정당 외면 현상은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정의당과 무소속을 포함한 소수정당은 1609명(21%), 국민의힘 2918명(39%), 더불어민주당 2967명(40%)입니다.
전체 후보자의 21%가 소수정당 소속인데, 언론 보도에서 이들이 언급되는 비율은 훨씬 낮습니다. 게다가 거대 양당만 등장한 기사 139건의 경우, 기사 1건으로 계산되더라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언급된 것이므로 거대 양당 후보들의 언론보도 지분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