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7일 전남 고흥군 봄 가뭄 현장4km 밖의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농민들이 40미터 길이 호스 1백개를 연결해 물을 대고 있다.
신경남 농민
지난 5월은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비가 안 온 달이었다. 5월 한 달 누적 강수량이 전국 평균 5.8mm로 평년 강수량(105.5mm)의 5.9% 수준이었다. 최악의 봄 가뭄이 이어지면서 농민들은 발버둥을 치고 있지만 '국가가뭄정보포털'에서는 모든 게 '정상상태'로 나온다. 국가 정보가 현장의 절박함을 외면하는 셈이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농촌현장과 가뭄정보 간의 괴리에 대해 기록한다.
지난 5월 27일 금요일, 전남 고흥에서 25년째 쌀 농사를 짓고 있는 신경남씨는 '농사를 시작한 뒤 5월에 이렇게 비가 안 오기는 처음'이라며 몇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농민들이 4km 바깥의 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40m짜리 호스 100개를 이어붙였고, 이미 말라붙은 하천에 포크레인을 동원해 웅덩이를 파고 다소의 물을 확보한 현장 사진이었다. 그야말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만들어낸 물이었다.
- 강수량은?
"5월 달 전체 1.3mm (5월27일 기준)"
- 예? (수도권은) 엊그제도 비 오던데...
"여긴 안 왔어 하나도 안 왔어."
- 모내기 상황은?
"많이 미루고 있어. 한 청년 농업인은 모내기 하려고 비닐하우스에 못자리(8일간 키우는 어린 모)를 해놨는데 싹 폐기해 버렸어. 물이 없어 모내기 못하니까."
- 저수지는?
"난리여. 한 저수지(두원면 동신지)는 지난 겨울에 작업한다고 물을 싹 빼 버렸어. 당연히 올 봄에 비가 와서 물이 찰 줄 알고. 근데 비가 안 오니까 싹 말라붙어 있어. 그 동네 분들 큰 일이여."
이런 상황은 고흥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5월 24일 <연합뉴스>는 강원 춘천지역 한 저수지가 바짝 말라 바닥을 드러낸 상태를 전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강원지역 농업용수 저수율은 57.7%였다. 5월 25일 전남 구례군의 5월 강수량은 1mm 수준으로 전년 108.5mm와 평년 91mm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다.